[아주초대석]"한식 고유의 맛 지켜야겠지만… ‘고집’만 해선 발전 없다"
2016-04-21 00:00
쿡가대표 된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최상철·김성재 세프, 아르헨티나 한식 페스티벌 참가
아주경제 기수정 기자 ='음식'은 그 나라의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하지만 이를 세계화는 데에는 적잖은 어려움이 있다. 한국인에게 익숙한 김치, 마늘, 고추 등이 서양인에게는 고통으로 느껴지듯 나라마다 입맛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한식의 세계화가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은 10년이 채 되지 않는다.
지난 2009년 한식세계화 추진단이 출범되며 한식 세계화에 불을 지피기 시작했고 최근에는 케이팝(K-pop)에 이어 케이푸드(K-food)가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부상하기 시작하면서 한식의 우수성이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오는 26일부터 29일까지 열리는 '제2회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식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 셰프로 초청받은 두 셰프는 누구보다도 확고한 요리철학을 바탕으로 페스티벌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큰 축제를 앞두고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그들이 생각하는 요리 철학, 그리고 한식의 세계화에 대한 생각을 꾸밈없이 설명해 나갔다.
◆건강한 한식의 맛으로 세계인 매료시킬 것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한식 총괄 셰프인 최상철‧김성재 셰프는 주아르헨티나 대한민국 대사관과 한국문화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 한국을 대표하는 셰프 자격으로 초청, 우리나라 대표적 소프트파워 자산인 K-Food를 홍보하게 된다.
한식 코스의 개발부터 요리까지 전담하는 두 셰프는 아르헨티나 정계, 문화·예술계, 언론계 등 주요 인사를 포함한 약 400여 명의 고객에게 현지인의 입맛에 맞게 구성한 모던 한식 4코스 요리를 선보일 예정이다.
밀쌈에 바다와 땅의 재료를 골고루 넣어 세 가지 색깔의 애피타이저로 표현한 삼색 밀쌈말이를 애피타이저로 시작해 열정적인 현지인들의 건강을 위한 녹두죽으로 코스를 제공한다.
메인 요리는 그릴에 구운 채끝과 꼬리찜을 쌈밥과 함께 마련하고 디저트로는 유기농 목장 우유로 만든 판나코타에 복분자, 오미자 그리고 현지 과일로 균형을 맞출 계획이다.
아르헨티나에는 채식주의자가 많은 점을 고려해 채식 메뉴도 별도로 구성해 선보인다. 채식 메인 요리로는 육류 대신 바삭하게 튀긴 두부 스테이크에 그릴에 구운 야채와 유즈 소스를 곁들여 제공한다.
최상철 셰프는 "이번 행사는 아르헨티나 신(新) 정부 이후 각계 주요 인사들을 초대하는 행사로서 더욱 뜻깊은 경험이 될 것 같다."며 "한식의 멋스러움을 아르헨티나 현지인들에게 전달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성재 셰프 역시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아르헨티나 내 한국의 이미지를 제고하겠다"고 피력했다.
두 셰프는 페스티벌의 부대 행사로 현지 최고 요리학교인 가또 두마스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한식 세미나 및 메뉴 시연회도 개최한다.
◆한식의 세계화, 고유함만 지켜선 발전 없어
한식의 현대화-고급화된 메뉴를 통해 "맛있는, 건강한, 고급 한식"을 선보여 한식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고 좀 더 보편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두 셰프의 가장 큰 목표다.
최상철·김성재 셰프는 "최근 쿡방, 먹방 등 요리나 음식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얻은 덕에 정직한 먹거리도 늘고 있고 한식 발전에도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으로 한식을 세계화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 나라의 음식 문화가 세계로 흡수되기 위해선 ‘다수(세계인)’의 입맛을 충족시켜야 하고 식재료의 조화, 간편한 조리법, 합리적인 가격 등이 뒷받침이 돼야 한다."고 강조한 이들은 "한식 고유의 맛을 지켜야 하는 것은 맞지만 무조건 고집만 해선 발전이 없다. 정례화된 코스로 부담을 주기 보다는 그들(외국인)의 입맛과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최상철 셰프는 "그동안 남미에서는 중식이나 일식에 반해 한식은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나 한식이 '웰빙 푸드'에 초점을 맞춰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면 한류 확산에 새로운 자극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건강하게 요리하되 간이 잘 맞는 요리를 제공해 나의 요리를 맛보는 사람들이 행복함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재 셰프는 "셰프만 만족하는 요리는 진정한 요리로 인정받을 수 없다."며 "맛에는 정답이 없다고 하지만 정성을 담아 정직하게 조리한 요리는 고객에게도 만족감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 페스티벌에서도 정성을 쏟은 '맞춤형' 요리를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한식 페스티벌에 참가하는 최상철·김성재 셰프는?
▶최상철 셰프
1999년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 입사한 최상철 셰프는 17년간 한식당 셔블(1999-2002, 부산),연회 주방(2002-2004), 오킴스 레스토랑(2004-2008, 부산)을 두루 거쳐 2008년부터 현재까지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의 한식 총괄 셰프로 활동 중이다.
최상철 셰프는 요리사가 되기 위해 18세부터 요리를 배웠다. 요리를 배우던 어느 날 갑자기 요리에 회의를 느껴 음악으로 잠깐의 외도를 하기도 했다.
당시엔 음악을 하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다는 마음이 커 과감히 요리를 포기했지만 결국 본업으로 돌아오게 됐다.
최 셰프는 "요리도, 음악도 연습한 만큼의 성과가 나온다. 참으로 정직한 분야라는 점에서 음식과 요리는 비슷한 점이 많다."며 "다시 주방에 돌아오니 더 열심히 하게 된다."며 웃어 보였다.
"요리는 가장 기본적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정성을 다해 요리하는 그는 아르헨티나 페스티벌에 한국 대표로 참가하기 전 일본 쉐라톤 호텔 및 대만 웨스틴 호텔 갈라디너에 한식 셰프로 초청받았으며 한국-캄보디아 문화교류 한식 셰프로 초청되기도 했다.
2009년 차세대 한식 요리 경연대회 은상 수상을 시작으로 2012년에는 서울 세계 음식 박람회 '더운 요리 부문'에서 은상을 수상하며 한식 전문 셰프로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는 "대한민국 최고의 뷔페에서 셰프님이 해주시는 요리를 맛보니 참 행복하다."는 고객의 한 마디에 힘을 얻고 오늘 하루도 열심히 살아간다.
▶김성재 셰프
김성재 셰프는 어릴 적부터 요리를 하진 않았다. 5년 간의 군 생활을 한 후 27세의 늦은 나이에 주방에 입성했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입사도 최상철 셰프보다 1년 늦었다.
입사 당해인 2000년부터 2005년까지 로비 라운지 컴파스 로즈 주방에서 일하다가 이탈리안 레스토랑 베키아 에 누보로 자리를 옮겨 2007년까지 활동했다. 이후 2008년부터 2010년까지 뷔페 레스토랑 아리아에서 한식 스테이션을 담당하다 현재 연회 주방의 한식 총괄 셰프를 역임하고 있다.
그는 군생활을 하기 전부터도 부모님께서 운영하시던 식당일을 도와드리면서 자연스레 음식에 대한 노하우를 익혔다. 그래서인지 군 생활을 하던 당시에도 취사반에 자주 놀러 갔다고 한다.
"요리사가 되는 길은 멀고도 험해. 특히 뜨거운 것을 잘 만져야 해."라고 늘 이야기하시던 어머니의 넋두리에 이 길이 힘들다는 것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셰프의 길은 김성재 셰프에게 운명이었고 25세에 조리학과에 입학해 학업에 열정을 쏟아부었다.
"정체성이 분명한 요리, 정성을 다해 고객 감동을 주는 요리를 하겠다"는 각오로 열심히 뛰고 있는 김성재 셰프는 2010년 서울 G20 정상회의 당시 정찬 전담 셰프를 맡았으며 현재까지 대한민국 청와대 정찬 전담셰프로 활동 중이다.
그는 "셰프가 된 후 고객의 감사 인사 한마디는 정말 큰 힘이 된다."며 "이번 페스티벌을 계기로 한식에 새 바람이 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시 한 번 각오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