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범죄 5년새 2.4배 증가…경찰관·판검사 테러 '무방비'

2016-04-04 14:14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자신의 형사사건 처리 결과에 불만을 품고 앙갚음하는 '보복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검찰과 법무부는 최근 증인 또는 피해자를 보복범죄에서 보호할 방안을 잇따라 마련했지만 4일 발생한 '염산 테러'처럼 몇 년 전 사건 때문에 담당 경찰관을 찾아가 해코지하는 등 형사사법 절차에 관여한 공무원을 상대로 한 범죄는 뾰족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4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의 보복범죄 사건은 2009년 172건, 2010년 175건에서 2013년 405건, 2014년 406건으로 5년 사이 약 2.4배 증가했다.

특가법은 형사사건 수사나 재판과 관련해 고소·고발·진술 등에 대해 보복할 목적으로 살인·상해·폭행·협박 등을 하면 가중처벌하도록 규정했다. 예를 들어, 살인죄의 법정형은 사형이나 무기 또는 5년 이상 징역이지만 특가법상 보복살인은 징역형 하한이 10년이다.

2014년 발생한 보복범죄를 유형별로 보면 협박이 202건으로 절반을 차지했고 폭행 103건, 상해 84건이었다. 특가법은 수사·재판 관련 사실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만나자고 강요해도 처벌하는데, 이런 면담 강요 사건도 8건 발생했다.

검찰은 형량이 더 센 다른 죄명으로 기소하는 경우도 더러 있어 실제 보복범죄는 이보다 더 많다.

법원도 법의 취지에 따라 보복범죄를 엄하게 처벌한다.

이모씨(56)는 자신에게 스토킹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한 이웃 여성을 살해했다가 2014년 대법원에서 징역 23년이 확정됐다. 그는 당초 살인 혐의로 1심에서 징역 20년을 선고받았지만 2심에서 특가법상 보복살인으로 공소장이 변경돼 형량도 늘었다.

지난해 일어난 '트렁크 살인사건'은 전형적인 보복범죄였다. 김일곤(49)은 과거 교통사고 사건기록에서 개인정보를 빼내 '살생부'를 만들고 보복하려다가 엉뚱한 사람을 살해했다. 그는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돼 1심 재판을 받고 있다.

'전관예우'에 불만을 품고 고검장 출신 변호사에게 흉기를 휘두른 건설업자 이모씨(64)는 1심에서 살인미수죄가 인정돼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이씨는 '슬롯머신 대부' 정덕진씨를 고소했다가 무혐의 처분이 나오자 정씨의 변호인에게 앙갚음했다.

검찰은 피해자나 증인을 상대로 한 보복범죄를 막기 위해 공소장에서 피해자의 신상정보를 빼고 타인 이름으로 작성하는 '가명조서'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법무부도 '트렁크 살인사건' 이후 피고인이 진행 중인 재판 기록에서 피해자·증인의 개인정보가 공개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이번 염산테러처럼 과거 대면조사한 경찰관이나 수사·재판을 맡은 판·검사를 노린 보복범죄를 막을 방안은 청사 경비 강화 정도다. 2007년 판사가 습격당한 '석궁 테러' 당시 '사법질서보호법'을 제정해 사법부 상대 보복범죄를 가중처벌하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유야무야됐다.

이날 경찰관에게 염산을 뿌린 전모씨(38)에게는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이나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관계자는 "독일의 경우 참심원 등 사법기관 종사자를 상대로 한 범죄는 더 엄하게 처벌한다. 우리나라도 증인이나 피해자뿐만 아니라 수사·재판 관련자에 보복하는 범죄를 막을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