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에서 꿩으로
2016-04-05 06:00
노자와 장자 이야기
[나비에서 꿩으로]
노자와 장자 이야기
일승 양방웅
노자가 지은 책을 그동안 《도덕경》이라 불러왔다. 전해오는 판본의 종류가 많아 이들을 통칭하여 ‘통행본’이라 부른다. 통행본을 대표하는 책이 왕필본이다. 1973년에 통행본과 비슷한 것이 발굴되었는데, 이를 ‘백서본’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백서본보다 200여 년이 이른 춘추시대 말, B.C.475년경에 쓴 ‘초간본(楚簡本)’이 1993년에 출토되었다. 초간본은 공자의 스승인 노담이 지은 것으로도 볼 수 있는 고원본이다. 백서본은 태사담이 B.C.380년경에 <5천자 노자>를 지어 관윤자에게 주었는데, 이것이 개작되어 나타난 것이 백서본이라고 본다. 백서본과 왕필본에는 ‘인의(仁義)’를 부정하는 글들이 여러 곳에 나온다. 그렇기 때문에 그동안 노자를 반유가적 인물로 여겨왔다. 그렇지만 초간본에는 반유가적인 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백서본과 왕필본이 후대에 일부 개작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노자와 장자에 관한 최초의 기록은, 《사기》<노자•한비열전>에 나온다. 장자의 본 이름은 장주(莊周)이고, 노자보다 200년쯤 후에 몽 지방에서 태어났다. 그곳은 지금의 하남성 상구 동북부지방으로, 맹자가 사는 동네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고 그들이 살던 때도 비슷했다. 그러나 장자가 누추한 곳에서 은둔생활을 했기 때문인지 그 둘은 서로 모르고 지낸 것 같다. 유가에서 공자와 맹자를 ‘공맹(孔孟)’이라고 부르듯이, 도가에서는 노자와 장자를 ‘노장(老莊)’이라고 부른다.
노장사상의 근본은 ‘도(道)’에 있다. 노장사상은 사관(史官)들로 이어지는 학파와 은자들로 이어지는 학파에 의하여 전승된다. 사관학파는 <노담→문자→태사담→관윤자→황로학파>를 든다. 사관학파는 현실정치와 가까이 지내면서 무소불위의 막강한 권력을 지닌 통치자와 지배 계층에게 수신(修身)과 치국(治國)의 방법을 강조한다. 이런 면에서 유가와 맥이 통한다. 은자학파는 <양주→열자→장자→장자후학>을 든다. 이들은 현실정치에서 벗어나 은둔하여 유유자적한 생활을 하며 자유와 생명을 중시하고, 허례허식을 강조하는 유가들을 비판한다. 후대에 유가와 도가의 갈등이 여기에서 싹이 튼다. 다시 말해 유가는 사관학파와는 친숙하지만, 은자학파와는 소원하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