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르포] ‘강남을’ 세곡동 표심 최대변수…김종훈 VS 전현희 “내가 해결사”
2016-04-03 02:31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개나리와 벚꽃이 꽃망울을 터트린 4월의 첫날. 나른한 봄향기에 취할 새도 없이 강남 수서역 일대의 요란한 자동차 클락션 소리가 신경을 곤두서게 만들었다. 세곡동에서 강남으로 진입하는 차들이 뒤엉킨 이곳의 아침 출근길은 그야말로 ‘교통지옥’이라는 것이 지역민들의 공통된 원성이다.
세곡동 사거리에서 수서역까지 3.3㎞에 불과한 밤고개로는 출근길에만 무려 50분이 걸린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3호선과 분당선이 맞물리는 수서역 사거리는 인근 KTX 신역사까지 완공되면 교통정체가 한층 심각해질 전망이다. 직격탄은 대규모 보금자리 단지가 조성된 세곡동 주민들이 맞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세곡동이 이번 강남을 총선에서 최대 변수라는 점이다. 기존 강남을에 속했던 대치 1·2·4동이 신설된 강남병 선거구로 편입된 대신 세곡동 인구가 보금자리 조성 등으로 4만3000여명(2015년 기준, 강남구청 통계)까지 대폭 늘었다. 지난 19대 총선에서 강남을 선거인수(20만명)를 기준으로 하면, 여당 선호도가 높은 대치동 인구가 빠진 자리를 타지에서 온 세곡동 주민들이 고스란히 채운 셈이다.
늘어난 세곡동 인구는 강남을 출마 후보들에겐 각각 ‘부담’이자 ‘기회’다. 이번 총선에는 현역인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과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2파전 양상이 뚜렷한 가운데 김광종 무소속 후보가 나선 상태다. 김 의원과 전 후보는 강남구 전체를 통틀어서도 최대 인구를 보유한 세곡동에서 이겨야만 20대 국회의원 금배지를 달 수 있음을 잘 안다. 세곡동에 산적한 민원이 한 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율현초등학교 앞에서 만난 주부 김현수(39·여)씨는 “남편이 아침마다 밤고개로 교통체증 때문에 너무 힘들다” 면서 “이 문제 해결 못하면 누구든 당선될 생각은 꿈도 꾸면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수서역~세곡동사거리 대로변에는 각종 민원성 현수막이 줄이어 달려 있었다. ‘교통대책 선행없이 집만 짓는 행복주택은 반대한다’‘서울시 LH공사 SH공사 세곡동 지하철 해결하라’‘집만 짓지 말고 중학교, 고등학교 신설하라’ 등이 그러했다.
두 후보 모두 자신이 ‘해결사’임을 자임한다. 김 의원은 세곡동 난개발 대책을 해결하려면 추진력 있는 집권여당 재선 의원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반면 전 후보는 그동안 아무것도 안했던 여당 의원이 다시 뭔가를 할 리 만무하다며, 야성 표심에 호소하고 있다.
◆‘정동영 꺾은’ 한미FTA 주역 김종훈 VS ‘더민주 수도권 전략공천 1호’ 전현희
강남을 주민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일단 인물론에서는 김종훈 새누리당 의원이, 역할론에서는 전현희 더민주 후보가 각각 앞서는 분위기였다.
일원1동에서 만난 이철웅(62)씨는 김 의원의 유세를 듣고 난 뒤 “한미FTA를 성사시킨 대단한 양반 아니냐. 자랑스럽다”면서 “훌륭한 인물이고, 지금까지 큰 문제 없이 지역구 일도 잘한 편”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곡동 못골마을에서 만난 주부 최지연(37·여)씨는 “아이들 키우기 좋은 동네 만들 후보를 찍을 것”이라며 “여자가 같은 여자 마음 더 잘 알지 않겠냐”며 전 후보를 지지했다.
두 후보는 소위 ‘스펙(학벌과 경력)’에서는 서로에게 밀리지 않는다.
김 의원은 2006년 한·미FTA(자유무역협정) 한국 측 수석대표로 협상을 이끈 외교통상전문가로,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장관급)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선 당시 민주통합당 정동영 전 의원을 무려 20.2%(2만5000표) 차로 누르고 당선된 저력이 있다. 여기다 이번 새누리당 공천을 위한 후보 경선에서 권문용 전 강남구청장과 원희목 전 의원을 제치고 올라와 본선 맷집도 갖췄다. 김 의원은 이날 유세에서 “전략공천 대신 경선을 거쳐 당당히 공천 받았다. 주민들의 성원 덕분에 새누리당 후보가 됐으니 재선에 성공해 꼭 강남발전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전 후보는 ‘치과의사 출신 1호 변호사’ 타이틀을 걸고 18대 국회(비례대표)에 입성, 보건복지 분야에서 전문성을 발휘해 활약했다. 19대 총선에서도 강남을 출마를 준비하다 정 전 의원에 내주고 송파갑에 전략공천됐지만 강남을 지킨다면서 불출마를 선언, 4년을 ‘강남 바라기’ 해왔다. 이를 안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대위 대표는 수도권 전략공천 1호로 전 후보를 이곳 강남을에 내려보냈다. 전 후보는 이날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한마디로 신데렐라는 싫다. 쉬운 선거는 더더욱 싫다”면서 이번에도 험지인 강남을 고집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