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에 밀린 민생사업] 카드 무서명거래·보험대리점 우회지원 금지도 올스톱
2016-03-31 18:30
아주경제 장슬기 기자 = 카드 무서명거래, 보험대리점 우회지원 금지 등도 선거를 의식해 정부가 추진을 미루고 있는 사안들이다.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임시휴업 상태를 유지해 실질적으로 논의조차 되지 못 하는 법안들도 많다.
◆ 밴·의료업계 등 다수 관계자 눈치보기 '급급'
금융당국은 내달부터 시행하기로 예정했던 5만원 이하 결제 무서명거래를 잠정 연기하기로 최근 결정했다.
하지만 카드 단말기 전표 매입으로 수익을 거두고 있는 밴사는 무서명거래에 대한 반발이 크다. 무서명거래가 시행될 경우 전표 매입에 따른 수수료가 크게 줄어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원회는 각 이해당사자간 절충안을 마련할 것으로 요구하며 제도 시행을 잠정 연기했다.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정부가 총선을 앞두고 표심 이탈을 우려해 제도를 적극 추진하지 못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보험업계도 마찬가지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실손보험 비급여 개선방안의 일환으로 보험금 청구업무를 전문심사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해왔다. 비급여란 국민건강보험에서 보장해주지 않아 치료를 받는 환자가 전액 부담해야 하는 진료비다.
비급여 부분은 각 병원별로 가격 차이가 커 실손보험 가입자들을 상대로 과잉진료가 이뤄질 뿐만 아니라 실손보험 손해율 악화의 주범이라는 지적이 이어져왔다. 이에 제각각인 진료비를 정확한 기준으로 산정해 보험금으로 지급하기 위해 전문심사기관에 위탁하는 방안을 추진한다는 방침이었다.
하지만 이 역시 의료계의 반발이 거세 당국이 쉽게 나서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한의사협회, 대한병원협회 등은 최근 "의료비 지출을 절감해 민간보험사의 보험료 지급을 줄이기 위한 목적이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4월부터 시행 예정이었던 보험대리점의 우회지원 금지도 현재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보험대리점은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비교해 고객에게 맞는 상품을 판매해야 하지만 특정 보험사에게 임차료를 지원받아 상품 몰아주기가 이뤄질 수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손보험 비급여 개선방안이나 보험대리점의 우회지원 금지 등은 업계의 중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이해당사자들이 얽혀있어 쉽게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특히 다음 달 총선을 앞두고 이같은 민감 사항 등은 진척이 없을 것이다"고 전했다.
◆ 국회 임시휴업 상태…은행법·거래소법 등 표류
총선을 앞두고 국회가 임시휴업 상태를 지속하면서 정작 통과되지 못하고 있는 법안들도 있다. 올해 말께 출범을 앞두고 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산업자본의 은행 소유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통과돼야 하지만 여전히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의 경우 금융회사 뿐만 아니라 카카오 등 IT기업의 지분이 포함된 만큼 이를 완화하는 법안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현행 법은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한도를 4%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인터넷은행의 최소자본금을 250억원으로 하고, 산업자본의 인터넷은행 주식 보유한도를 50%까지로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은행법이 발의된 상태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은행법 개정안부터 통과시켜야 한다"며 "은행법 통과로 IT기업이 주도적인 참여 및 경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밖에 한국거래소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위해 발의된 한국거래소 지주전환법도 여전히 국회에 계류 중이다. 거래소의 지주전환은 오는 5월 임시국회에서 처리되지 못 하면 최소 1년 이상 미뤄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