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 쩌 미얀마 '첫 민주화' 대통령 취임..."군부 헌법 개정"

2016-03-30 16:56
수치는 외무장관 등 4개 부처 담당...당분간 NLD 살림도 맡을 듯

[사진=아웅산 수치 페이스북]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틴 쩌(70) 미얀마 대통령 당선자가 30일(현지시간) 미얀마 9대 대통령으로 공식 취임했다. 이에 따라 미얀마에서는 반세기 동안 이어졌던 군부독재가 막을 내리고 약 54년 만에 최초의 문민정부가 공식 출범하게 됐다. 

대통령 취임식은 당초 3월 31일로 예정돼 있었으나 하루 앞당겨졌다. 현재 정권과 협의한 결과 이달 말까지 모든 이·취임 절차를 마무리짓는 게 용이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진 것으로 풀이된다. 틴 쩌는 이날 열린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민트 스웨 제1부통령, 헨리 밴 티유 제2부통령과 나란히 취임 선서를 했다. 

로이터, BBC 등 외신 보도에 따르면, 틴 쩌 신임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연설에서 군부 헌법 개정 의지를 밝혔다. 틴 쩌 대통령은 "새 정부는 국가적 평화를 실현하고 국민의 생활 수준을 높이기 위해 헌법 개정이 필요하다"며 "내게는 미얀마의 민주적 기준에 부합하는 헌법을 마련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말했다. 

이런 입장은 헌법 규정에 따라 대통령으로 나설 수 없었던 아웅산 수치 민주주의민족동맹(NLD) 대표의 권한을 강화시키기 위한 계산으로 풀이된다. 틴 쩌 대통령은 '민주화 영웅'으로 꼽히는 수치의 최측근이다. 경제 관료직에서 퇴임한 뒤 줄곧 수치의 곁을 지켰다.

민주화 활동으로 오랫동안 탄압을 받았던 수치는 지난해 총선에서 NLD의 압승을 견인했다. 그러나 2008년 군부가 만든 헌법 59조(외국 국적의 가족이 있는 경우 대통령이 될 수 없다)에 따라 대통령으로 나서지 못했다. 수치는 헌법 조항을 고치거나 효력을 일시 중지시키기 위해 군부와 협상하기도 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헌법이 개정되기 전까지 틴 쩌 신임 대통령을 통해 '대리 정치'할 가능성이 높은 수치는 예상대로 외무장관 입각이 확정돼 이날 다른 장관 17명과 함께 취임 선서를 했다. 당분간은 대통령실, 전력에너지부, 교육부까지 모두 4개 부처의 살림을 맡아 실질적인 실세로서 국정에 폭넓게 관여할 것으로 보인다. 미얀마 정부는 "당초 예정돼 있던 인물들이 줄줄이 사퇴한 뒤 대체 인물을 찾지 못했다"며 "각료가 될 인사를 찾게 된다면 3개 부처에 대한 인계가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얀마에서는 당 내 의원이 각료가 되면 의원직 사퇴·당 내 직무 포기 등의 규정이 있다. 규정대로라면 수치는 당장 의원직을 내놔야 한다. 그러나 당 내에서는 여전히 "수치 여사의 지시를 당의 활동 지침으로 삼겠다"는 분위기가 흘러 나오고 있다. 당분간은 의회뿐만 아니라 당 내에서도 수치가 상당 부분 지휘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