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 이사철인데 전세시장 잠잠…이유는?

2016-03-28 14:19
순수전세 줄고 준전세 대폭 늘어난 탓…세입자 전셋집 구하기는 더욱 치열
월세 부담은 주거비 부담 직결…"주간 부동산 동향에 월세 지표도 포함해야"

보증금에 일정한 월세를 더한 준전세 거래가 급증하면서 순수 전세시장의 가격 상승폭과 거래량은 감소하는 착시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사진은 송파구 A아파트 상가내 중개업소 전경. [사진=강영관 기자]


아주경제 강영관 기자 = 봄 이사철이 시작되면서 전세난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전셋값 상승폭과 거래량은 예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세입자들의 전셋집 구하기 쟁탈전은 더욱 치열해졌다. 순수 전세거래는 줄어든 반면 전세에 가까운 월세인 '준전세'가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다. 준전세는 보증금이 월세의 240개월치를 초과하는 형태를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지금과 같은 월세 전환 속도라면 월세 비중이 전세를 추월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임대차 시장이 전세에서 월세로, 또 월세는 준전세와 준월세, 순수월세로 분화되는 만큼 이를 반영한 통계치도 매매와 전세와 같이 매주 나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8일 부동산114에 따르면 3월 넷째주 아파트 전세가격은 서울과 경기·인천에서 각각 0.03%, 0.02% 상승하는데 그쳤으며, 신도시는 오히려 0.01% 떨어졌다. 통계치만 살펴보면 매년 봄 찾아오던 전세난이 진정된 것으로 보여진다.

그러나 이처럼 안정된 전세시장 지표는 전세수요가 준전세와 순수월세 시장으로 빠지면서 나오는 착시효과 때문이다. 기존 세입자들이 재계약을 하고 준전세 거래가 늘면서 예년 이사철과 비교해 전세 수요가 줄어든 것이다. 월세나 준전세가 늘면서 서민들의 주거비 지출은 오히려 더 늘었다.

실제 서울아파트 전·월세 거래 중 순수 전세거래는 2014년 2월 75%를 차지했지만 2년 후인 올해는 62%로 줄었다. 반면 전세에 가까운 월세 즉 '준전세'는 8%에서 20%로 늘었다.

김은선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책임연구원은 "계속된 전셋값 상승과 물량 부족 속에서 전세보증금의 안정성과 매물 확보 등을 위해 '자의반 타의반'으로 월세부담을 일정부분하는 수요자가 늘어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량도 가격동향과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올해 1월에서 3월28일 현재까지 서울지역 아파트 전세거래량은 2만6596건으로 작년 1~3월 3만7120건과 비교해 30% 가량 감소했다. 반면 준전세는 같은기간 6395건에서 8254건으로 거래가 껑충 뛰었다.
준전세 거래량이 이처럼 급증한 것은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집주인들이 2년 계약이 끝난 뒤 전세금 인상분만큼을 월세로 돌려 내놓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는 게 현장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대치동 A중개업소 관계자는 "새로 임대시장에 나오는 물건은 물론 기존 세입자와 전세 재계약시 전세금 인상분을 월세로 돌려 내놓고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세입자들 입장에서도 전세가 워낙 없다보니 보증금을 높이고 월세를 최대한 줄인 준전세는 상대적으로 거부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달 기준 전체 임대차거래 중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은 46.2%까지 상승했다. 전월세 사는 10명 중 최소한 4명은 월세를 내고 사는 셈이다. 여기에 보증금이 없어 확정일자를 신고하지 않은 순수월세 세입자까지 더하면 월세 비중은 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월세 부담이 주거비 부담으로 직결되고 있다는 점에서 일각에선 한국감정원이나 민간 정보업체 등에서 주간 단위로 발표되는 부동산 동향에 월세 지표를 포함해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월세지수의 경우 월간 단위로 준전세, 준월세, 순수월세 등으로 분할해 발표하고 있다"면서 "비용 등을 고려해 장기적으로 검토할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