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신실크로드를 가다] 전선업계 ‘1위’ LS전선 하이퐁 공장 가보니

2016-03-28 10:55
백인재 LS전선 하이퐁 법인장 “세선 등 신사업 찾기 주력”

베트남 북부 항구도시 하이퐁에 위치한 LS전선 공장 마당에 전선 케이블이 담긴 드럼통 수 십여대가 쌓여있다. [사진=한아람 기자]


아주경제(하노이) 한아람 기자 = “드럼통안에 케이블이 감겨 있어요. 인도네시아로 보낼 제품인데, 그나마 오늘은 미리 1차 물량이 나가서 적게 쌓여있는 편이예요.”

하노이 시내에서 고속도로로 1시간 30분여를 달려 도착한 LS 전선의 베트남 하이퐁 공장.

공장 마당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다양한 크기의 드럼통에 대해 묻자, 백인재 LS전선 하이퐁 법인장이 이 같이 답했다.

오로지 품질 하나만으로 베트남 전선 업계 1위에 오른 LS전선 하이퐁 법인의 규모를 공장 마당 초입부터 실감했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일반 사람 팔뚝보다 더 굵은 전선부터 8mm 두께의 얇은 전선, 구리 피복을 입혀 무게감을 더한 전선, 알루미늄을 입혀 가볍게 제작한 전선 등 용도와 고객사의 주문에 따라 다양한 전선이 생산되고 있었다.

가정에서 쓰는 전선, 길가 전봇대에 걸쳐있는 전선 등 흔히 일상생활에서 볼 수 있는 전선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했다.

공장 한켠에서는 번갯불 같은 섬광이 일기도 했다. 초고압 테스터였다. 이는 6만 볼트에서 20만 볼트 이상의 전력을 케이블로 한번에 보낼 때 손실률이 얼마나 되는지 체크하는 기기다.

공장안내를 담당한 황태호 LS전선 과장은 “초고압은 번개보다 압이 쎄기 때문에 저렇게 불꽃이 눈에 보일 정도로 발생한다”며 “이 같은 초고압 제품은 베트남에서 LS전선밖에 못 만든다”라고 귀띔했다.

LS전선 하이퐁 공장은 고객사에 따라 원하는 손실률에 따라 케이블을 제작하고, 테스트를 마친 뒤 물품을 내보낸다.
 

LS전선 하이퐁 공장 내 위치한 초고압 케이블 테스터. 20만 볼트 이상의 초고압을 쏘자 섬광(왼쪽 하단)이 일고 있다. [사진=한아람 기자]


전력케이블은 어느 정도의 전력이 통과하느냐에 따라 저압(LV), 중압(MV), 고압(HV)으로 나뉜다.

보통 발전소에서 전력을 일으켜 배전소까지 보내는데 필요한 케이블을 HV, 배전소에서 각 건물로 전력을 나누어 보내는데 필요한 케이블을 MV, 그 이하의 전력에 필요한 케이블을 LV라고 부른다.

이 중 LS전선 하이퐁 공장 매출 상승의 일등 공신은 배전 케이블에 속하는 MV-LV 제품이다.

백 법인장은 “베트남에 국내외 공장이 많이 들어설수록 공장 설립에 필요한 MV-LV 전선 케이블 수요도 높아진다”며 “심지어 베트남 전력청에서도 LS전선의 품질을 인정하고, 제품을 요청한다”고 설명했다.

LS전선은 베트남 진출 붐이 일기 전인 지난 1997년 하이퐁에 처음 공장을 설립했다. 지난 1월 25일이 공장 설립 20주년되는 날이었다.

투자금 회수에 시간이 걸리는 전선 회사의 특성상, 처음 10년은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어려웠다고 백 법인장은 혀를 내둘렀다. 그는 “회사가 10년간 기다려주지 않았다면, 지금의 하이퐁 공장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이퐁 공장은 가격경쟁보다 꾸준한 제품개발과 품질향상으로, 10년 전 처음으로 매출 1억 달러를 달성했다. 이어 7년전 매출 2억 달러, 지난해 3억 달러 매출을 달성했다.

이 같은 매출 상승의 원동력을 묻자 백 법인장은 “현재 하이퐁 공장의 한국인 주재원은 3명에 불과하고, 나머지 440명은 모두 베트남 현지 직원”이라며 베트남 직원의 스킬과 능력을 언급했다.

또 LS전선 하이퐁 공장은 세계적으로 불고있는 중국업체의 가격공세에도 굴하지 않았다. 백 법인장은 “중국업체는 단순히 도체를 꼬아놓은 제품만 값싸게 내놓는데, 이 시장에서 싸워봤자 수익성이 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LS전선은 도체를 꼬고 거기에 절연, 외장 등 공정이 더 들어가는 제품쪽으로 사업을 확장, 수익을 거뒀다”고 설명했다.

올해 목표치로 지난해와 마찬가지인 3억 달러 돌파를 꼽았다. 너무 겸손한 대답이 아니냐고 묻자 백 법인장은 “원자재값이 20% 이상 떨어져 수익이 많이 낮아졌다”며 “제품생산은 지난해보다 더 하고 있지만, 매출이 그만큼 따라오진 않는 상황”이라고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도 “개인적인 목표로 법인장 임기를 마치기전 4억 달러를 돌파하는 것”이라며 “이를 위해 고부가가치의 가는 전선케이블인 ‘세선’ 사업과 고속도로, 철도 등 베트남 교통수단과 관련된 사업 등의 신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LS전선 베트남 하이퐁 공장에서 한 직원이 케이블을 운반하고 있는 모습.[사진=한아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