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서트 리뷰] 신화,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그 어딘가

2016-03-28 06:19

[사진 제공=신화컴퍼니]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18주년의 관록은 과연 달랐다. “18, 19살에 처음 만나 멤버들과 인생의 반을 함께 한” 국내 최장수 아이돌그룹 신화가 26, 27일 서울 방이동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SHINHWA 18TH ANNIVERSARY CONCERT-HERO’를 열었다. 반평생을 함께한 그들은 신인의 패기는 잃었을지언정 여전히 뜨거웠고, 때때로 아저씨처럼 주책없었지만 여전히 철들지 않았다.

1998년 3월 데뷔한 신화가 매년 3월 ‘데뷔 ○○주년 콘서트’를 연지도 벌써 수년이다. 이번 공연에서 신화는 히트곡을 반복하는 게으름 대신, 앨범 수록곡을 들려주는 과감함을 보여줬다. 마흔을 2년 남긴 그들도 1집 때는 발랄했다는 것을 상기시켜 줄 ‘으쌰!으쌰!’나 차이코프스키의 발레곡 ‘백조의 호수’를 샘플링하고 백조처럼 고고한 안무를 더해, 당시 혁신으로 평가받았던 ‘T.O.P. (Twinkling Of Paradise)’는 볼 수 없었다. 그럼에도 아쉬움보다는 반가움이 컸다. 싱글 위주로 재편된 한국 대중음악 시장에서 착실하게 정규 앨범만을 고집한 신화는 12개의 정규 앨범 중에서 고르고 고른 숨은 명곡을 지름 12cm 콤팩트디스크에서 끄집어내 무대 위에 펼쳐놨다.

오프닝 곡으로 2002년 발매한 5집 수록곡 ‘Endless Love’를 택하고, 2007년 발표한 겨울 앨범 ‘Winter Story 2006~2007’에 이민우와 신혜성의 목소리로 실었던 ‘The Day’를 여섯 멤버 전원이 함께 부르고, 1집에 앳된 목소리와 함께 박제됐던 발라드곡 ‘늘 내가 원하는 것은’을 데뷔 후 처음으로 무대에서 선보였다는 것은 신화가 이번 공연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사진 제공=신화컴퍼니]

공연 전 열린 기자회견에서 “데뷔 18년, 사람으로 치면 고등학생”이라고 말한 그들은 교복을 입은 영상으로 관객과 처음 만났다. ‘가장 어린 멤버, 앤디가 36세인데, 교복은 너무 한 거 아니냐’는 생각도 잠시, 소년의 냄새를 잃지 않는 그들의 모습에 감탄사가 튀어나왔다. 기자가 이 정도인데 팬들은 오죽할까. 공연장을 채운 1만개의 주황 불빛은 용암처럼 들끓었다. 자지러질 듯, “신화산”을 연호했다.

‘Endless Love’로 시작해 ‘Your Man’ ‘Hero’ ‘마네킹’으로 무대를 이어갔다. 18년간 신화에게 충성했던 팬들은 작은 몸짓에도 크게 반응하며 분위기를 달궜다. 멤버들은 라이브 세션과 안정적인 호흡을 자랑하면서도, 자신들의 주무기로 여겨지는 군무(群舞)를 놓치는 법이 없었다.

그러다가도 팬클럽을 “18년간 우리를 지켜 준 주황색 영웅들”이라고 지칭하고, 하트를 날리고, 팬들에게 “우리의 마음을 받아달라”고 닭살 멘트를 난리면서 전형적인 아이돌을 자처했다. 멤버들이 옷을 갈아입을 동안 상영된 영상에서는 “오랜만에 숙소 체험을 하자”며 시시껄렁한 게임을 이어갔고, 김빠지는 몰래카메라를 시도했다. 유쾌한 그들의 모습을 쳐다보며 낄낄거리다가도, 스스로를 아이돌의 한계 안에 가두는 것 같아 뒷맛이 씁쓸했다.

세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25곡을 쏟아낸 신화는 공연 말미에 “20주년 공연이 얼마 안 남았다. 바라는 게 하나 있다면 20주년 콘서트 때 잠실 주 경기장에서 하고 싶다”면서 팬들에게 “(새로운 팬이 유입되도록) 많이들 전도해달라”고 했다. 국내 최장수 아이돌그룹이라는 영광에 안일해질 때도 됐건만 여전히 아이돌과 아티스트 사이 그 어딘가에서 스스로를 뜨겁게 담금질하는 신화를 보자니, 주 경기장 공연이 무리는 아닌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