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강현실 대비하라] <하> 눈앞에 둔 증강현실 대중화... "AR 기술 확산 환경 조성해야"

2016-03-22 18:00

[사진=아주경제DB]

아주경제 박정수 기자 = 스마트폰에 이어 또 다른 생활의 변화를 가져올 증강현실(AR)의 대중화가 눈앞으로 다가왔다.

시장 도입 초기 가상현실(VR)과 같은 시장으로 이해하거나 일부로 인식됐던 AR이 기술이 발전하면서 VR과는 독립적인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완전한 가상현실 속에 모든 콘텐츠를 구현하는 VR과는 달리 AR은 현실 세계를 기반으로 가상의 사물과 정보를 합성해 부가적인 콘텐츠를 제공함으로써 정보 전달의 새 수단으로 각광 받고 있는 것.

이에 구글 글래스를 시작으로 웨어러블 형태의 AR 기기들이 잇달아 등장했고, 최근 마이크로소프트(MS)가 '홀로렌즈'의 개발자 버전 예약 판매를 개시하면서 AR 용 기기 상용화에 불을 지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MS는 오는 30일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 대상으로 홀로렌즈 개발자 버전 판매를 개시한다. 홀로렌즈의 개발자 버전은 상용화에 앞서 기기에 맞는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개발할 수 있도록 제공되는 것으로 가격은 3000달러(약 360만원)로 판매된다. 앞서 MS는 지난달 29일부터 개발자로부터 예약 주문을 받은 바 있다.

개발자 버전인 만큼 MS는 앱을 개발할 수 있는 다양한 툴(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가 탑재된 윈도우 10, 3차원 환경을 만들기 위한 프로그램, 홀로그램으로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스카이프 특별 버전 등)을 제공하며 격려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MS의 결정은 아이폰과 안드로이드가 약진하는 모바일 시대에 주도권을 잡지 못했던 위기를 AR 시장 공략으로 분위기 반전을 노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MS의 홀로렌즈는 AR 분야에서 가장 진일보된 기기로 평가받은 바 있다.

하지만 오큘러스 리프트를 인수한 페이스북과 구글 글래스 차기 버전을 준비하는 구글, 인수·합병(M&A)을 통해 관련 기술을 집약하는 애플 등 만만치 않은 경쟁자들이 AR 관련 산업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사실 AR 기술은 이미 1970년대에 TV에서 날씨방송을 하면서부터 등장했다. 이후 1989년 ‘가상현실’이라는 신조어가 처음 만들어졌고 2008년 증강현실 앱이 등장했다. 우리나라도 삼성전자의 갤럭시 시리즈와 LG전자의 옵티머스 시리즈가 출시됐던 2010년에 스캔서치(Scansearch), 오브제(Ovjet), 레이어(Layer) 등과 같은 증강현실 앱들의 등장으로 AR에 관한 관심이 높았던 시기가 있었다.

당시 IT업계에서도 AR 기술이 새 추세로 자리 잡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았었다. 하지만 당시 사용자들에게 ‘AR’이라는 단어 자체가 생소했을 뿐만 아니라 QR코드 스캔과 같은 단순한 검색기능 외에는 응용할 수 있는 서비스들이 제한적이었다. 결정적으로 기술개발이 벤처기업들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기술이 산업 전반에 확산하기에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 출시된 경쟁사들의 제품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홀로렌즈로 인해 MS가 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낸 만큼 국내도 발 빠르고 과감한 대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윤정선 현대증권 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중심으로 AR을 활용한 사례가 있고, 정보검색의 질을 높인다는 점에서 미래에 주목해야 할 기술임은 틀림없다"면서도 "AR 기술 인식의 오류가 있고 콘텐츠가 부족한 문제점 등은 보완해 나가야 한다"고 전했다.

특히 시장의 성패는 기기의 완성도와 더불어 표현되는 사용자경험(UX) 등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다.

양병석 소프트웨어 정책연구소 연구원은 "AR은 시선이 보고 있는 장면을 소프트웨어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고난이도 기술들이 포함된다. VR보다 AR에서 소프트웨어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다"면서 "AR 시장에 있어 소프트웨어 전략의 중요성은 다시 한 번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