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카스트로 88년만에 정상회담

2016-03-22 05:10
양국 정상 민주주의·인권 놓고 뚜렷한 입장차

[사진=ABC 뉴스 화면 캡처 ]


아주경제 워싱턴특파원 박요셉 기자 =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라울 카스트로 쿠바 국가평의회 의장이 21일(현지시간) 쿠바의 수도 아바나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가졌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 대통령으로서는 1928년 캘빈 쿨리지에 이어 88년 만에 처음으로 쿠바를 방문해 정상회담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을 마치고 가진 기자회견에서 “50년간 미국 대통령의 쿠바 방문은 상상하기 어려운 것이었다”며 양국 관계에 ‘새 날이 밝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과 쿠바 국민들의 이익을 증진시키고 관계 정상화를 하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카스트로 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역사적인 쿠바 방문을 환영한다”면서 “양국관계가 진정 정상화되려면 쿠바에 대한 제재가 풀리고 관타나모 해군기지에서 미군이 철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국 정상은 쿠바의 정치 민주화와 인권문제를 놓고 뚜렷한 입장차이를 보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오늘 회담에서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논의를 했다"면서 "미국 정부는 쿠바의 민주주의와 인권 개선을 위해 계속 목소리를 높여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반해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쿠바에 정치범이 있다면 명단을 제시해보라"며 쿠바에 정치범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했다. 카스트로 의장은 "만일 정치범 명단을 제시한다면 나는 오늘 밤안으로 석방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오바마 대통령은 쿠바의 독립 영웅인 호세 마르티의 기념비에 헌화한 데 이어 아바나 혁명궁전에서 열린 공식 환영행사에 참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ABC방송과 가진 인터뷰에서 “변화는 하룻밤 사이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인권과 개인의 자유를 둘러싸고 미국과 쿠바 간에 상당한 견해 차이가 있다”며 “그러나 우리는 추가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이어 미국과 쿠바 기업인들이 참석한 경제 세미나에 참석했다.

이어 22일에는 국립극장에서 쿠바 국영TV로 생중계되는 연설을 하고 미국 메이저리그 야구팀인 탬파베이 레이스와 쿠바 야구 국가대표팀 간의 시범경기를 관람할 예정이다.

오바마 대통령의 이번 방문에는 미국 상·하원 의원 40여 명과 제록스와 페이팔 등의 기업인 10여 명이 동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