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노사 성과주의 도입 논의 '난항'

2016-03-21 17:40
사측, 성과주의 도입 TF 구성 재촉구…"개별협상도 검토"
금융노조 "회유·압박에도 합의 안 할 것"…합의 전면 거부

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금융권 성과주의 도입과 관련한 사측과 노동조합의 임금단체협상이 시작 초기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성과연봉제 도입을 위한 태스크포스(TF) 구성에 계속 대응하지 않을 경우 협의회 탈퇴 등의 방안을 모색키로 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와 관련한 어떤 합의에도 나서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사용자협의회는 21일 서울 중구 명동 은행회관에서 3차 총회를 개최해 금융노조에 산별노사 공동 TF 구성 및 운영을 재촉구하고 올해 산별교섭 사측 요구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사용자협의회는 지난 3일 △올해 임금 동결 △신입 직원 초임 조정 및 신규 채용 확대 △호봉제 폐지 및 성과연봉제 도입 △저성과자 관리 방안 도입 등의 요구안을 확정한 바 있다. 이와 함께 금융노조에 성과연봉제 도입 관련 TF 구성을 제의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반대하며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는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해 "단순히 직원들의 임금을 깎자는 것이 아니라 잘하는 사람이 더 대우받고 충분히 보상받는 인센티브 시스템을 구축해 생산성 향상 및 임금 유연성을 확보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사용자협의회는 저성과자 관리 방안을 도입해 낮은 생산성에도 불구하고 높은 임금을 받는 '프리라이더(무임승차자)' 문제를 해결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더불어 금융권 초임 수준을 낮춘 비용으로 신규 채용을 확대할 것도 주장하고 있다. 사용자협의회 측에 따르면 국내 은행권의 임금수준은 대기업보다 1.5배 높은 상황이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대비 금융권 임금 비율 역시 영국(1.83), 프랑스(1.73), 독일(1.70), 미국(1.01) 등에 비해 높은 2.03을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노조는 성과주의 도입에 반발하며 이와 관련한 어떠한 사안에 대해서도 합의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금융노조에 따르면 금융노조 산하 35개 지부 대표자들은 지난 17일부터 개최한 워크숍에서 성과주의 전면 거부 선언문에 서약했다. 금융노조 지부 대표자들은 "정부와 사측의 어떠한 회유와 압박에도 불구하고 결단코 일체의 합의를 하지 않을 것임을 선언한다"고 밝혔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자의적 기준에 의해 임금을 차별하고 이를 근거로 '쉬운 해고'를 도입하려는 시도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다해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융노조는 오는 24일 중앙위원회에서 산별교섭 요구안 및 투쟁 계획을 확정하고 사측에 전달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사용자협의회는 금융노조가 무대응으로 일관할 경우 사용자협의회를 탈퇴해 개별 협상에 나선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