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연 “실적 맞춤용 세무조사로 연평균 GDP 0.19%, 세수입 0.29% 감소”
2016-03-20 11:00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과세관청이 세입 실적을 맞추기 위해 추진하는 ‘재량적 세무조사’가 오히려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재량적 세무조사란 과세관청이 6월 또는 9월의 세수진도비를 보고 세입예산을 맞추기 위해 세무조사의 강도를 조절하는 행위를 말한다. 세수진도비는 세입예산 대비 징수실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원장 권태신, 이하 한경연)은 20일 발표한 ‘세무조사의 경제적 영향과 제도개선 방향’ 보고서를 통해 재량적 세무조사로 국내총생산(GDP)이 연평균 0.19% 감소하고 세수입이 0.29% 줄었다고 밝혔다. 재량적 세무조사가 예측가능성을 떨어뜨리고 경기변동성을 키워 오히려 GDP와 세수입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한경연은 보고서에서 1981년부터 2014년까지 세수진도비를 기준으로 세무강도를 조절하는 재량 시나리오와 분기별 실효세율을 동일하게 고정한 준칙 시나리오를 가정하고, 세수입과 GDP 변동성에 미치는 효과를 비교했다. 그 결과 재량 시나리오의 세수입 변동성이 준칙 시나리오보다 60% 크고, GDP 표준편차도 0.6%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재량적 시나리오에 따라 세무조사를 시행할 경우 준칙 시나리오에 비해 GDP는 연평균 0.19% 줄고, 세수입은 연평균 0.2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명목 GDP와 세입예산액을 기준으로 환산했을 때 GDP는 2조3000억 원 감소하고 세수입은 5300억 원이 덜 걷힌 셈이다.
조 실장은 “세수목표를 위해 세무조사를 재량적으로 운영하기보다 준칙에 따라 운영해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세금의 경기안정화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세금의 경기 안정화 기능’은 실효세율이 일정하게 고정되어 있으면 경기침체기에 세수입이 더디게 증가하고 경기상승기에 빠르게 증가하면서 경기의 진동 폭을 줄이는 기능을 의미한다.
지방세법 개정으로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으로 지방소득세에 대한 과세권과 징수권을 갖게 됐다. 보고서는 지방소득세 법인분에 대한 비과세감면이 폐지되면서 법인의 세 부담은 연간 6900억 원이 증가했다고 추정했다. 이에 따른 GDP 손실도 연간 6534억 원에 달하고, 투자는 8748억 원, 고용은 9500명씩 감소할 것으로 보고서는 추정했다. 이는 2013년 말 지방세법 개정 당시 지방소득세가 기존에 국세의 10%를 부가하는 부가세 방식에서 지방자치단체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독립세 형태로 전환되면서 생긴 문제다.
조 실장은 “재량적 판단에 따라 지방마다 세무조사를 중복해서 진행한다면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지방세수입이 감소하고 지역경제 성장이 둔화되는 등 국민경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또한 “동일한 사건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마다 세무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면 이는 중복조사 금지원칙에 위배된다”며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지방세법 개정법률안을 조속히 통과 시켜 지방소득세에 대한 지방세무조사는 국세청으로 단일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한경연은 지방세 세무조사 운영규칙이 미비하거나 심지어 규정이 없는 지자체도 있다고 지적했다. 세무조사 절차는 기본규정이 국세기본법 등 세법에 규정이 있지만, 세부 운영규정은 국세청의 ‘조사사무처리규정'과 각 지자체가 정하는 ‘세무조사 운영규칙’에서 정한다. 그런데 일부 지자체는 해당 규정이 없는 경우도 있고, 규정이 있더라도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 사례가 부지기수라는 지적이다. 특히 지자체 운영규칙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조사 공무원의 행동수칙 등의 경우는 실제 이를 운영하는 곳이 경기, 경북 지역 정도밖에 없을 정도로 부실한 상황이다.
조 실장은 “각 지자체 단위에서 전산시스템이 체계적으로 완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구체적인 산정기준 마저 미비해 지방세 세무조사에 대한 신뢰도가 낮은 편”이라며, “관련 규정을 법제화하여 세무조사의 투명성을 높이고 조세인프라를 완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