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풍경, 다른 시선…서로 다른 언어로 자연을 풀어내다
2016-03-17 13:16
누크갤러리, 오는 24일부터 '자연을 바라보는 시선'전 개최
아주경제 박상훈 기자 ='물이 절반 차 있는 컵'을 떠올리면 금세 입이 근질거린다.
"물이 반밖에 없다"와 "물이 반이나 차 있다"로 시작하는 '시각·자세의 차이'를 이에 빗대고 싶어서다. 흔하디흔한 비유지만 이처럼 같은 사물을 보더라도 저마다의 해석이 다르고, 다를 수 밖에 없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그렇지 않다면 마네의 '풀밭 위의 점심'과 피카소의 '풀밭 위의 점심 식사'가 어쩌면 그렇게 서로 다르게 표현될 수 있는지 설명할 길이 없다.
이런 면에서 본다면 '서로 다른 언어로 자연을 풀어내는 두 작가의 전시회'라는 것은 전혀 새삼스럽지 않다. 하지만 자연 '관찰자'이자 '분석가'인 두 작가가 어떤 식으로 풍경을 해석하는지 들여다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조 대표는 "같은 곳을 바라보지만 다른 언어로 자연을 표현하는 두 작가의 시선은 어디에 머무는지, 그들의 몸은 어떤 움직임으로 기록을 남기는지 등을 통해 자연의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고자 했다"며 전시 배경을 설명했다.
유근택(52)에게 창문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는 매개체이자 자신의 내면과 바깥세상 간의 경계를 의미한다. 사각형 안에 들어찬 풍경이 서양화적이라면 밖에서 바람과 함께 느끼는 풍경 즉 자신의 신체와 만나는 풍경은 동양화적이다. 유 씨는 창문에 구조적으로 집들이 얹혀있는 풍경과 쌓여있는 선들을 풀어내고 단순화시키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조형언어를 드러낸다. "어느 곳을 가든 창을 보면 그리고 싶어진다"는 그는 바깥 세상의 움직임과 시간의 변화를 기록으로 남겨두려 한다.
계절·시선에 따라 바뀌는 '창문'은 자연에 대한 각자의 기억을, 빛을 닮은 섬세한 '선'은 자연 속에 녹아든 우리의 무의식을 당장이라도 끄집어 낼 태세로 전시장에 도열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