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욱의 엔터PARK] 인공지능 VS 작곡가, 가요계 미래는?
2016-03-16 15:47
바둑계의 살아있는 ‘전설’ 이세돌 9단은 지난 9일부터 15일까지 진행된 5번의 대국에서 알파고를 상대로 분전했다. 그는 제 3국에서 뛰어난 지략으로 1승을 거두며 인간의 마지막 자존심을 지켰다. 하지만 이세돌은 현대 과학 기술을 총망라 한 알파고의 위세 앞에 돌을 던지고 말았다.
이 결과는 인공지능에 문외한이었던 한국사회에 경종을 울렸다. 이제 한국 사회는 인공지능이 바둑이나 체스, 퀴즈대결 뿐만 아니라 고도의 지식과 창의성을 요구하는 주식, 언론, 법조계, 스포츠, 예술 분야 등의 각종 분야에서 인간의 자리를 대신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K-POP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권을 넘어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는 한국 가요계는 알파고의 승리를 단순히 호기심만으로 볼 수 없게 됐다.
인공지능 ‘쿨리타’는 악보를 이용해 기본 음계를 분석하고 이것이 끝나면 고난도의 음계를 작곡 할 수 있다고 알려졌다. 실제로 음악전문가들은 ‘쿨리타’의 작곡 능력만 보면 인간이 작곡한 음악과 구분 할 수 없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미 상용화된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도 있다. 미국 UC 산타크루즈 대학에서 개발된 인공지능 ‘에밀리 하월’은 작곡을 전문으로 하는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영국에서 열린 창업경진대회 ‘스타트업 배틀필드’의 우승을 차지한 ‘주크텍(Jukedeck)’ 역시 인공지능을 이용한 맞춤형 배경음악 제작 서비스 회사다. 이 회사가 제작한 사이트에 개인이 가입해 장르, 모드, 시간, 템포 등을 설정하면 몇 십초 되지 않아 나만의 배경 음악이 작곡돼 플레이 된다. 실제 이 사이트에서 작곡된 음악을 들어본 결과 사람이 작곡한 음악과 구별하기 어려운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했다.
아주경제는 유명 작곡가 백민혁에게 인공지능 작곡에 대해 견해를 물었다. 그는 가수 임창정의 히트곡 ‘나란놈이란’, 백지영 ‘봄비’, 더 원 ‘겨울사랑’ 등을 작사, 작곡한 베테랑 음악인이다.
백민혁은 “인공지능 음악 프로그램에 대해 알고 있다. 인공지능은 박자나 템포 등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면에서는 완벽하다”며 “하지만 인간의 고유 영역인 감정적인 부분은 아직 완벽하지 않다. 특히 히트곡은 아주 미세한 감정과 분위기 그리고 시대 상황이 잘 맞아야 하는데 인공지능 프로그램은 아직 그 정도의 단계까지는 힘들다고 생각된다”고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도 가요 작곡은 가수와 제작자 그리고 청취자들과의 호흡과 소통이 중요하다” 며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 기술적인 면에서는 뛰어날지 모르지만 작곡자와 가수, 제작자와 작곡자, 팬과 가수 등의 소통과 감정 교류 등이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실제 작곡의 세계에서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인공지능의 작곡이 사람을 대신 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인기 걸그룹 EXID가 속한 연예 기획사 '㈜바나나컬쳐'의 홍주원 실장은 "현재 가요계에서는 히트곡들을 분석해서 다양한 통계자료를 수집한 후 음악을 작곡하는 경향이 있다"며 "이런 것을 볼 때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 방대한 자료의 히트곡 자료를 분석해 수집하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스스로 작곡을 한다면 근 미래에는 인간을 대신 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당장이라도 이런 인공지능 작곡 프로그램이 작곡가들에게 음악 자료를 분석하거나 통계 결과를 알려주는 역할은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알파고가 이세돌을 이긴 것처럼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신해 히트곡을 작곡할 수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아직까지 그 누구도 인공지능의 히트곡 작곡 능력에 대해 확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한국 '창조 경제'의 주요 동력인 K-POP의 미래가 어쩌면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에 달려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이 드는 것은 왜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