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기의 대결 종료…인공 지능 ‘성큼’ 바둑 인기 ‘활짝’

2016-03-15 21:12

이세돌 9단과 딸 혜림 양이 15일 오후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알파고'와의 챌린지 매치 마지막 대국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정등용 기자 = ‘세기의 대결’로 관심을 모은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33) 9단과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이 알파고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대국 전부터 예상이 난무했던 이번 대결은 드라마틱한 스토리와 함께 숱한 화제를 남기며 끝을 맺었다.

이 9단과 알파고의 맞대결은 단순히 바둑 대국의 의미를 넘어 인류와 시대에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전했다. 인간의 사고 수준에 근접한 인공 지능의 발전 속도는 경이로웠고, 바둑 대국의 역동성은 흥미진진했다.

◆인간의 수준에 다다른 인공 지능

이 9단과 알파고의 맞대결을 앞두고 알파고의 승리를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인공 지능 기술이 아무리 발전했더라도 여전히 인간의 사고 수준을 따라가기에는 역부족이란 것이 지배적인 의견이었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얘기는 달라졌다. 알파고는 여태껏 바둑 대국에서 보지 못한 묘수를 두며 보는 이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대국 전 승리를 자신했던 이 9단 역시 대국이 진행될수록 긴장감이 역력한 모습으로 이기기 위한 총력전을 펼쳤다.

이번 대국은 인간 수준에 다다른 인공 지능의 최첨단 과학 기술을 가늠해볼 수 있는 계기였다. 특히, 무한대 경우의 수를 나무 구조로 병렬 배치해 가장 유리한 선택을 하도록 하는 ‘몬테카를로 트리 탐색’ 알고리즘과 인간 뇌의 신경망을 본뜬 ‘심층 신경망’은 인간을 넘어설 수도 있는 인공 지능의 발전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미 인공 지능은 우리 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기도 하다. 페이스북의 얼굴 인식이나 스마트폰의 음성 인식, 스팸 메일 걸러내기, 실시간 통·번역 등은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인공 지능 기술이다.

정부는 지난 14일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결로 인공 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지난해 130억원에 불과했던 인공 지능 기술개발 자금을 올해 200억원이상 투자로 상향 조정하기도 했다.

◆외면받던 바둑, ‘국민 스포츠’로 등극

그동안 1%에도 못 미친 시청률을 기록했던 바둑TV는 13일 이 9단과 알파고의 대국을 생중계할 때 시청률이 2%를 기록했다. 이른바 ‘시청률 대박’을 친 것이다. 제1국을 생중계했던 지상파 KBS2 TV도 낮 시간대 치고 높은 수치인 5.5%의 시청률을 보였다.

바둑을 소재로 한 드라마 ‘미생’, ‘응답하라 1988’이 흥행하긴 했지만, 바둑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졌던 점을 본다면 이례적인 시청률이라고 할 수 있다.

고대 중국 ‘삼황오제’(천황·지황·인황 등 중국 고대의 전설적 제왕을 일컬음) 때 기원한 것으로 알려진 바둑은 그동안 ‘어른들의 놀이’란 이미지가 강했다. 두뇌를 이용한 스포츠이다 보니 역동성이 떨어져 보였던 것 또한 사실이다.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국을 통해 사람들이 갖고 있던 바둑에 대한 편견을 한순간에 바꿔 놓았다. 때로는 알파고를 상대로 전투적이면서 공격적인 수를 선보이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차분하게 관망하는 수를 전개해 바둑의 다양한 매력을 선사했다.

중계를 맡았던 바둑 프로기사들의 해설도 바둑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프로기사들은 시청자들이 이해하기 쉽게 용어를 풀어서 설명하는 것과 함께 중요한 순간마다 적절한 멘트를 넣어 대국의 박진감을 더했다.

이번 대국은 유튜브를 통해 인터넷으로 여러 나라에 생중계될 정도로 세계적인 관심을 끌었다. 미국바둑협회 앤드류 오쿤 회장(65)은 “미국에서도 이번 대국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알파고의 승리에 놀라고 있지만, 바둑에 대한 관심 또한 높아질 것으로 본다.”고 미국의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