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억 이상 고액예금 500조 돌파… "저금리·불황 투자할 곳 없다"
2016-03-14 07:43
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예금액 10억원이 넘는 고액의 은행 예금 잔액이 역대 최대 규모인 500조원을 넘어섰다.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상반기 말 현재 예금은행의 잔액 10억원 초과 고액계좌(저축성예금·금전신탁·양도성예금증서 기준) 수신액이 514조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6개월 전보다 23조6000억원 늘어난 금액으로, 10억원을 넘는 고액 계좌의 잔액이 50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5억원 이하 계좌의 잔고는 586조8000억원으로 같은 기간 11조1000억원 증가했다. 5억∼10억원 규모 계좌의 잔고는 56조2000억원으로 2조1000억원 늘었다.
10억원 초과 계좌의 잔고가 다른 규모 계좌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늘어난 것이다.
5억원 이하 계좌 잔고는 2011∼2013년 사이에 반기당 평균 20조원이 증가했으나 2014∼2015년 상반기에는 증가폭이 평균 13조4000억원으로 감소됐다.
반면 5억원 초과 계좌는 반기당 평균 증가액이 같은 기간 3조9000억원에서 21조원으로 5배 커졌다.
특히 10억원 초과 계좌는 평균 증가액이 3조1000억원에서 19조2000억원으로 6배를 넘게 급증했다.
계좌 유형별로 보면 저축성예금의 고액계좌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작년 상반기 말 저축성예금 잔액은 976조6000억원으로 6개월새 18조9000억원이 늘었는데, 이 가운데 12조5000억원이 10억원 초과 고액계좌였다.
금전신탁 잔액은 158조4000억원으로 전년 말보다 15조2000억원 증가했다. 이 중 8조2000억원이 고액계좌다.
양도성예금증서(CD)는 6개월새 2조7000억원이 늘어 작년 상반기 말 잔액이 22조8000억원이다. 고액계좌는 2조9000억원 증가한 반면 5억 이하 계좌가 2000억원가량 줄었다.
이처럼 고액계좌 잔액이 증가한 것은 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투자할 곳이 마땅치않은 기업의 여유자금 등이 몰린 탓으로 풀이된다.
기업들이 최근 실적 부진 속에서 투자를 줄이며 현금성 자산이 늘었는데 이를 만기가 비교적 짧으면서도 안전한 금융계좌에 예치해두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내려 시중 통화량이 사상 최대 규모인 2261조원(M2기준)에 달했지만 통화의 유통속도는 역대 최저를 기록할 정도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