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불장군' 피자헛'…가맹점주는 '피눈물'
2016-03-14 00:01
아주경제 안선영 기자 = "피자헛가맹점협의회가 신제품 출시에 대해 점주들과 투표를 진행한 결과, 93.7%의 가맹점이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내용을 바탕으로 피자헛 가맹본부에 신제품 출시 중단을 요구했으며, 판매 거부를 통보했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까지 했지만, 본사에서는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려고만 합니다." (피자헛 가맹점주 A씨)
한국피자헛과 가맹점주 간의 갈등이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피자헛이 실적 악화를 만회하기 위해 중저가 제품군과 프로모션 강화에 나섰지만, 가맹점주들의 반발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1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피자헛의 매출은 2000년대 초까지 3000억원대에 달했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을 지나면서 하락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2006년에 2600억원에서 2009년에는 1800억원, 2014년에는 1100억원대로 주저앉았다.
피자헛은 피자와 샐러드, 음료수까지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뷔페의 경우, 평일 점심에는 9900원에, 평일 저녁, 주말 및 공휴일에는 1만3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프로모션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본사는 해당 프로모션에 대한 모든 비용을 가맹점에게 떠넘기고 있다. 손님들은 저렴한 가격대에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지만, 가맹점 입장에서는 판매를 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또 피자헛은 가맹점주의 반대에도 중저가 제품을 꾸준히 출시하고 있다. 지난 2월 내놓은 신제품 '더 맛있는 피자2' 7종의 가격 1만5900~2만1900원(라지 사이즈 기준)이다. 경쟁업체가 출시한 프리미엄급 신제품 가격보다 5000~1만원가량 저렴하다.
곧 선보일 신제품 역시 중저가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가맹점은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서비스 비용이 많이 드는 사업인 만큼 계속적인 중저가 제품 출시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 가맹점주는 "우리가 바라는 것은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신제품을 만들어서 적절한 마진을 보장해달라는 것뿐"이라며 "뼈 빠지게 고생하고 있는데 결국은 본사의 배만 불리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참다못한 점주들은 프랜차이즈 사업을 관리하고 있는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까지 했다. 그런데도 공정위는 '조사해보겠다'는 원론적인 답변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가맹점주들은 11일 세종시 공정위 가맹거래과를 항의 방문했지만 여전히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이날 공정위를 찾은 한 가맹점주는 "프랜차이즈 점주들의 피해 구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공정위가 미온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공정위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가맹점은 모두 죽고 말 것"이라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한국피자헛 측은 "2월 한 달간 마켓 테스트를 진행한 결과, 10개 매장의 전년 동기 대비 매출 증감률이 비진행 매장 대비 24%포인트가 높을 만큼 소비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며 "이번 신제품은 철저한 시장 검증과 소비자 조사를 거쳐 출시가 결정된 제품"이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한편, 한국피자헛은 경영과 관련된 논란이 잇따라 불거지고 있다. 지난해 직영점을 가맹점으로 모두 전환하고 대규모 퇴직을 단행하면서 사업권 매각설에 휩싸였다.
또 피자헛 가맹점주협의회는 그간 매출의 0.8%를 '어드민피'라는 명목으로 챙긴 한국피자헛을 상대로 지난해 6월 부당이득 반환 청구소송도 제기해 놓은 상태다. 4차 공판은 오는 17일 열릴 예정이다. 1년 가까이 진행된 이번 소송은 5월 중 1심 선고가 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