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부동산 투기업체'로 전락한 농업법인들 적발… 농지거래로 시세차익

2016-03-10 16:26

아주경제 주진 기자 = 농업법인이 농업 경영을 목적으로 농지를 취득한 뒤 단기간에 되팔아 거액의 시세 차익을 얻는 등 부동산 투기를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농지 거래가 빈번한 상위 5개 농업법인의 경우 불과 2년7개월 동안 118억원이라는 거액의 시세차익을 봤고, 하루 만에 농지를 사고 팔아 1억6천만원의 차익을 거두는 경우도 있었다.

감사원은 10일 농업법인의 사업 운영 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여 15건의 문제를 적발하고, 1명을 징계 요구했다고 밝혔다.

농업법인은 영세한 소농의 한계를 극복하고 대규모 농업 경영을 가능하게 하기 위해 설립하는 법인으로, 농지를 취득할 수 있고, 보조금 지원과 세제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다.

그렇지만 감사원이 2013년 1월∼2015년 7월 상위 20개 농업법인을 조사한 결과 이들 법인은 농업법인이 아닌 부동산 투기업체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들 법인은 이 기간 776필지 141만6천㎡의 농지를 사들인 뒤 농지를 분할해 법인당 최대 151차례에 걸쳐 총 2천618명에게 농지를 되팔았다. 이들이 이 같은 방식으로 팔아넘긴 농지는 전체의 74%에 해당하는 767필지 104만9천㎡에 달했다.

일례로 한 농업법인은 경북 영천시 등 3개 시·군에 있는 150필지 농지 16만1천600㎡를 산 뒤 이 가운데 96.7%인 15만6천㎡를 155명에게 매도했다.

또 농지 거래가 잦은 5개 농업법인은 이 기간 농지 매매로 118억여 원의 차익을 얻었다. 특히 이들 농업법인은 취득한 농지의 92%를 1년 내에 매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20개 법인 가운데 16개는 법인세 신고서에 '부동산업 및 임대업' 또는 '건설업'으로 신고했고, '농업'으로 신고한 나머지 4개 법인의 경우에도 부동산 매매업 이외에는 다른 사업 매출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감사원이 2013년 1월∼2014년 12월 토지 매도금액이 10억원 이상인 41개 농업법인을 조사한 결과 충남 예산세무서 관할 31개 농업법인은 농지 등을 매각해 440억여원의 양도차익을 보고도 법인세 81억여원을 내지 않았다.

감사원은 국세청장에게 31개 농업법인으로부터 법인세를 징수하라고 통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