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하 기자 =소프트웨어(SW) 유지·보수 계약이 종결되고도 해당 SW를 지속적으로 개작(改作)·복제하는 등 유지보수해온 SW개발업체가 소송서 패소했다.

10일 서울중앙지법에 따르면 최근 민사50부(부장판사 김용대)는 SW 유지보수 계약이 끝나도 개작·복제를 금지하는 피보전권리에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을 보면 채권자와 채무자간의 SW 유지·보수 계약이 종료될 경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채권자는 해당 SW의 저작권자로 권리를 인정했다. 채무자를 상대로 SW의 소스코드를 수정하거나, 복제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하는 피보전권리를 갖는 것.

이번 사건은 채권자인 한국관세사회와 SW개발업체 A사와 '통관용 소프트웨어 유지관리 및 보수 계약' 건이다.

관세사회는 지난 1994년부터 2004년까지 수출입통관업무에 필요한 SW를 개발하고 이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마친 바 있다. 이후 관세사회는 SW 유지보수를 위해 SW개발업체 A사와 계약을 체결하고 최근까지 계약을 유지해왔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 말 SW 유지보수 계약 해지를 통지했으나 A사는 해당 SW의 개작·복제 권리를 주장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따라서 관세사회는 SW 저작권 방어를 위해 A사를 상대로 프로그램저작권 침해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왔다.

법원 측은 “관세사회는 해당 SW 저작권을 갖고 있고 A사 역시 SW 저작권을 관세사회가 취득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에 채권자의 저작권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또 “A사는 관세사회가 계약상 우월적 지위를 통해 자신의 저작권을 대가없이 빼앗아가는 불공정 약정이라 주장하나, A사가 2000년경부터 약 15년간 계약관계를 유지하면서 상당한 이익을 얻은 것을 고려하면 불공정 약정이라 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특히 관세사회가 계약 종료를 통지했음에도 불구하고 A사는 해당 SW 사용행위를 계속하고 있는 등 SW 개작·복제할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따라서 피보전권리 및 보전의 필요성이 소명된다는 게 법원 측의 판시다.

향후 A사가 2015년 12월 31일 계약 종료 이후에도 관세사회의 SW를 개작·복제하는 것은 저작권침해로 보고 있다.

현행 저작권법위반죄의 경우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규정하고 있다.

관세사회 관계자는 “A사가 관세사회의 SW를 개작·복제하는 행위를 용이하게 한 자 또한 저작권법위반죄의 방조범으로 처벌(형법 제32조 제1항)받을 수 있다”며 “각별히 유의해야하다”고 설명했다.

소송을 맞은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대표변호사는 “SW저작권 귀속 문제는 항상 발생하는 이슈인데, 이 사건에서 법원은 SW 개발시 발생할 수 있는 저작권 귀속에 대한 법적 해석 기준을 제시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