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의 도전] (하) 세기의 바둑 대결, AI 넘어 '범용 인공지능'으로

2016-03-08 15:40

인간과 인공지능의 바둑대결을 앞두고 구글이 서울 광화문 포시즌스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를 찾은 에릭 슈미트 알파벳 회장(오른쪽)과 이세돌 9단(가운데),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CEO(왼쪽)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구글 코리아 제공) 


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인간과 인공지능(AI)이 바둑을 두고 세기의 '뇌' 대결을 펼친다. 바둑의 전설이라 불리는 이세돌 9단의 상대는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다.

체스와 오셀로, 장기, 퀴즈왕을 차례로 물리친 인공지능의 마지막 도전 과제는 바둑이다. 우주의 원자 만큼이나 수(手)가 많아 상대방의 수를 예측하기 힘들다는 바둑을 인공지능이 정복할 수 있을지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더 강력해진 '알파고'
데미스 하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는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는 지난해 10월 유럽 바둑 챔피언인 판후이와 대결했을 때 보다 많은 업그레이드가 진행됐다"며 "그 때와 비교해 지금의 알파고는 양질의 데이터를 축적하고 시스템과 알고리즘 모두 개선돼 더욱 강해졌다"고 강조했다. 

또 하사비스는 알파고의 강점에 대해 "인간과 달리 피로하지 않고 겁을 먹지 않는다는 것"이라며 "인간이라면 이세돌 9단과의 대결을 앞두고 긴장하겠지만, 알파고는 기계라 긴장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번 대국을 통해 우리가 알지 못했던 알파고의 약점을 찾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으며, 알파고가 천재적인 이세돌 기사가 난국을 극복하는 것도 파악할 수 있다"며 이번 대국을 알파고의 업그레이드를 위해 활용하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 '인간의 직관' 인공지능은 못 따라와   
이세돌 9단은 이번 대결에 대해 "바둑에서 중요한 인간의 직관을 인공지능이 따라오지 못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자신감을 드러내면서도, 향후 기술이 발전해 인공지능이 직관을 모방할 수 있다면 어려워질 수도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는 이날 알파고의 알고리즘에 대한 브리핑을 듣고 "5대0으로 이길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전승은 어려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며 이번 대결을 냉정하게 평가하기도 했다.

이어 "인간과 인간이 바둑을 둘 때는 상대방의 기운을 읽는 것도 중요한데 이번 대결은 상대가 기계라 그런 기운을 읽을 수 없어서 혼자두는 느낌이 들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하루 1~2시간씩 가상훈련을 해왔다"고 자신의 훈련 방법을 공개했다.

 구글의 인공지능 초점은 '범용성'    
알파고의 가장 큰 목적은 바둑의 승패를 떠나 바둑이라는 플랫폼을 이용해 알파고가 바둑의 규칙을 스스로 익히고, 이기는 법을 배워나가게 하는 것이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우리의 미션은 지능을 분석하는 것과 인류에게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분에서 실제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것"이라며 "사전에 프로그래밍 되지 않고 스스로가 경험을 바탕으로 자동적으로 학습하는 기계로 알파고를 만드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같은 알고리즘을 이용해서 여러가지 과제를 수행할 수 있게 인공지능이 범용성을 갖게 하는 것이 우리의 목표"라고 강조하면서 "우리는 이를 범용 AI를 뜻하는 AGI(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라 명명한다"고 설명했다.  수작업으로 프로그래밍해야 하고 특정 과제에 맞춰져 있는 AI와 달리, 유연하고 적응 가능하며 창의적인 것이 바로 AGI다.
   
구글은 AGI를 개발해 헬스케어와 로봇, 스마트시스템, 스마트폰 앱에 접목시켜 인류를 위한 더 큰 일에 활용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