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류준열 "기획사는 SM‧JYP‧YG 세 개 뿐인 줄 알았어요"
2016-03-07 14:49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인터뷰 내내 류준열이 확신에 찬 상태로 내뱉은 거의 유일한 대답이다. 류준열은 "본인에게 가장 영향을 준 사람이 누구냐"고 물으면 "음…"이라고 말했고, "무슨 색깔을 좋아하느냐"는 물음에는 "때마다 바뀌어서 콕 하나를 집을 수가 없다"고 답했다. 미적지근한 답에 지친 기자가 "참 미온적인 사람이네요"라고 했더니 류준열은 "나이가 많은 것도 아니지만, 또 아주 어린 건 아니니까요"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뭐 하나 콕 집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특히 인터뷰 때는요. 전에, 인터뷰에서 '1~2시간 잤나?'라고 말했는데, 또 다른 인터뷰에서는 '2~3시간 잤다'고 답한 적이 있어요. 그걸 보고 팬들이 1시간 잤느냐 3시간 잤느냐 설왕설래하더라고요. 뭐 큰일은 아니지만…아리송한 걸 말하거나, 뭘 딱 정하는 게 참…사람이라는 건 그때그때 바뀌잖아요."
가벼운 일에도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사람인가 보다. 팬카페에 자주 글을 남기고 싶지만 "안녕하세요. 류준열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같은 짤막한 글을 쓰기는 싫어 오래 고민하고 있다는 그였으니까.
SM‧JYP‧YG가 아닌 씨제스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된 류준열이 지난달 아주경제 편집국을 찾았다. 수많은 언론사를 하나하나 방문하며 인터뷰를 그는 벤이 아닌 카니발을 타고 다녔다. 요즘 tvN 예능프로그램 '꽃보다 청춘'에도 나온다. 당연히 출연료도 받는단다. 배우를 꿈꿨던 사람이 어쩜 이렇게 연예계에 젬병일 수 있을까.
"원래 꿈은 교사였어요. 사범대 진학을 위해 재수를 했죠. 하루는 앉아서 공부하면 졸 것 같아서 서서 공부했는데, 서서 잠든 거 있죠. 공부는 적성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죠. 영화 보는 걸 좋아해서, 배우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급히 진로를 변경한 거죠."
준걸 준(俊)에 열렬할 열(烈)을 쓰는 이름의 뜻을 물었을 때는 그의 미적지근함에 내성이 생겼다고 생각할 즈음이었다. "이름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살아서 잘 모르겠다"는 류준열의 답에 그게 얼마나 큰 착각이었는지 깨달았다. 그래서 "배우로서 가진 무기를 꼽아달라"고 요청했을 때도 명확한 대답을 기대하지는 않았다.
"기자님은 기자로서 가진 무기가 뭐예요?"라고 응수한 그는 "모르겠어요. 제 무기를 꼽을 수는 없지만, 딱히 싫은 부분도 없어요. 그냥 지금의 제가 좋아요. 인기나 소문에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연기해나가려고요.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즐기면서요"라고 말했다. "어떤 것에든 의미를 부여하는 것을 즐겨하지 않는다"는 그는 벼락같은 인기가 소나기처럼 지나가더라도, 터무니없는 항설이 덮치더라도 흔들리지 않을 것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