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D의 공포-중] 중국 중속성장 선언…디플레 확산 우려 커져

2016-03-07 23:55

[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 공포에 휩싸인 세계 경제가 중국의 중속성장 확정 여파로 더 깊은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세계 최대 원자재 수요국인 중국 경기 둔화로 석유 등의 원자재 가격이 급락하면서 디플레 압력이 거세질 것이라는 의미다.

중국은 지난 5일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바오치'(保七) 시대(성장률 7%)에 종언을 고하고 '신창타이'(新常態·New Normal)를 사실상 선언했다.

중국 정부는 올해 경제성장률 목표를 25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인 '6.5∼7.0%'로 제시했다. 또한, 2020년까지 5년간 성장률 목표치 역시 '6.5% 이상'으로 맞췄다.

이는 그간의 고도성장세를 더는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을 중국 정부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국은 지난해 7.0% 성장이라는 목표를 내걸었지만 실제로 6.9%를 기록해 25년 만에 바오치 시대를 마감한 바 있다.

문제는 '세계의 공장'에서 '세계의 시장'으로 바꿔가며 세계 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하던 중국 경제의 하락세가 전 세계의 경기둔화로 파급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소로스펀드의 조지 소로스는 최근 다보스포럼에서 중국의 디플레이션 압력이 세계로 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플레이션 요인이 3가지 있다면서 "중국, 석유와 원자재 가격 하락, 경쟁적인 통화 절하" 등을 꼽았다.

그는 1930년대 이후 80년만에 처음으로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빠질 가능성에 직면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발 디플레가 세계로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이미 지난해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중국이 투자 중심의 경제에서 소비자 지출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원자재 수요가 감소하고 가격은 급락하고 있다.

과도기적으로 과잉 생산 문제를 해결하고 수출을 늘리려고 위안화 절하를 유도하면 다른 나라들에 디플레 압력이 가해진다는 분석이다.

이는 중국의 '신창타이'가 성장 둔화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신창타이는 고정자산 투자 중심의 성장에서 소비를 기반으로 한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중국의 성장에는 과거처럼 막대한 양의 원자재가 소모하지 않게 돼 국제 원자재 가격이 추락으로 이어지게 된다.

성장속도의 둔화, 성장구조의 변화를 배경으로 한 중국의 전환은 전 세계에 강력한 디플레이션 공포를 확산시키고 있다.

이미 중국 스스로도 디플레이션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중국의 생산자 물가는 지난 1월 기준 전년 동월 대비 5.3% 떨어져 4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소비자물가 역시 1.8% 오르는 데 그쳐 중국 정부의 목표치(3.0%)를 크게 밑돌았다.

일본은 1990년대 65개월 연속 출고가 하락을 겪으면서 저성장의 긴 터널을 지나야 했는데 중국은 그 전철을 그대로 밟고 있다.

중국 출고가의 이상 흐름은 2011년 8~9월부터 나타났다.

블룸버그는 "(중국 출고가 오름세가 꺾인) 직후 미국의 수입물가지수(석유제품 제외)와 소비자 물가지수 상승률도 둔화했다"고 전했다.

중국 출고가가 떨어지자 미국에서 그 제품을 수입할 때 가격도 내린 데다 미국 기업도 출고가를 낮춰야 했다.

지난해 초부터 미국도 출고가 디플레이션 국면에 들어섰다.

리커창 중국 총리가 지난해 3월 "중국은 디플레 상황이 아니다"면서 다른 국가로 디플레를 수출하고 있지도 않다"고 말했으나 중국의 설비과잉으로 수출이 급증한 철강 등의 일부 분야는 상황이 썩 좋지 않다.

중국 정부가 경제의 중심축을 투자에서 내수로 돌리는 경제구조개혁에 나서자 중국 기업들이 염가 공세로 과잉설비와 재고를 해소하는데 발 벗고 나서 디플레이션 압력이 커진 것이다.

이는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으로서는 직격탄이 될 수 있다.

이미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7%에 그치는 등 디플레이션 초입 단계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의 90%는 중간재나 자본재이고 소비재는 10%에 그친다.

바꿔 말하면 중국에 수출하는 물품 대부분이 중국과 품질 경쟁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까지 벌여 이겨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로 중국의 출고가를 맞추기 위한 가격 하락도 불가피하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중국이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하면서 우리나라가 대중수출 기회를 잃을 수 있다"며 "우리나라는 중국과 품질 경쟁력을 확실히 차별화해야 하고 중국 소비재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