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D의 공포-상] D의 늪에 빠진 세계경제…탈출 경쟁 격화

2016-03-06 23:55

[그래픽 = 임이슬기자 90606a@]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세계경제가 1930년 글로벌 대공황 이후 처음으로 디플레이션의 늪에 빠지자 이에 따른 각 나라의 탈출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유럽에 이어 일본도 기습적으로 마이너스 기준금리를 발표하는 등 각국 중앙은행들은 물가를 끌어올리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디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전 세계 경제 규모의 25%가 마이너스 금리권에 들어갔지만 상황은 좋지 않다. 기록적인 저유가와 중국발 디플레이션 확산으로 물가상승률은 오히려 더 하락하는 모양새다.

◆ 디플레이션?…얼마나 심각한가

물가가 낮아진다고 하면 얼핏 생각하기엔 물건값이 싸지기 때문에 좋아 보일 수 있지만 전체 경제 흐름에선 인플레이션보다 더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은 수요 부족으로 발생하지만 내수를 더욱 침체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소비자들의 머릿속에서 디플레이션이라는 인식이 굳어지게 되면 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게 된다.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가구 같은 내구소비재 가격이 계속 내린다고 여기게 된다면 소비를 최대한 미루게 될 것이고 당장 급하지 않다면 값이 더 내린 다음에 사려 하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이런 현상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

가격이 내리는 것만으로도 매출 감소 요인인데, 사람들이 구입을 미루면서 판매 물량도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은 줄어든 매출 때문에 투자를 줄이고 고용을 줄이게 되고, 이는 다시 일자리를 잃은 가계의 소비 여력을 악화시킴으로써 내수 부진을 심화시킨다. 그리고 이는 다시 기업 매출을 감소시키는 악순환의 고리를 만들게 된다.

특히 디플레이션이 심각했던 1999년부터 2003년까지 기간 중 일본 경제의 성적표를 보면 물가는 연평균 0.6% 하락했고, 실질 경제성장률은 불과 0.9%에 그쳤으며, 실업률은 4.1%에서 5.3%로 상승했고, 일자리는 195만개 감소하는 등 큰 경제 위기를 맞았다.

◆ 디플레 압력 갈수록 커져…마이너스 금리도 무용지물?

지난 2014년부터 6월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 디플레이션 탈출에 안간힘을 쓰던 유럽은 당초 예상보다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유럽연합(EU) 회원국으로 유로 단일통화를 사용하는 19개국 유로존의 2월 물가상승률(인플레이션)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당초 0%는 유지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전년 동기 대비 0.2%나 하락한 것이다.

마이너스 0.2%는 시장과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제로 수준보다 훨씬 큰 것으로 유로존뿐 아니라 유럽 경제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을 심화시키고 있다.

그간 유럽중앙은행(ECB)은 부채 위기 회복 국면에 들어선 유럽 및 유로존 경제 상황과 관련해 인플레가 최소한 2%를 기록해야 확실하게 '건강'을 되찾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해왔다.

상황이 좋지 않은 건 일본 역시 마찬가지다.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했지만 디플레이션의 늪에서 빠져나올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미국도 시장의 인플레이션 예상지표가 떨어지고 있어 저물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물가상승률이 목표치인 2%에 현저히 못 미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추가 금리 인상 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중국 역시 갈수록 거센 디플레 압박에 직면하고 있다.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는 지난해 12월까지 46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 격화되는 환율전쟁, 한국의 대응은?

글로벌 디플레이션에 대응해 세계 각 나라가 자국의 금리를 인하하는 등 환율전쟁이 격화되는 양상 속에서 우리나라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추가 금리인상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는 한편, 유럽과 일본, 중국은 저성장 타개를 위해 통화 완화정책을 동원했다. 특히 일본은 마이너스 금리까지 도입하며 디플레이션 탈출에 올인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지난달 기준금리를 8개월째 연 1.50%로 동결했다. 이는 글로벌 통화전쟁 속에서 섣불리 움직일 수 없는 한은의 처지를 반영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금리인하에 대한 의견은 엇갈린다.

우선 주요국이 금리 인하를 통해 환율전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만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금리인하를 통해 경제 회복의 불씨를 살려야 한다는 압력이 거세다.

그러나 시장안정을 위해 현 금리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섣불리 금리를 내렸다가 북한의 미사일 발사 같은 돌발 변수를 만나면 대규모 자본 유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물론, 1200조원을 넘어선 가계부채도 위험요인이다.

민간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최근 디플레이션을 타개와 경기 회복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 요인이 많은 것은 사실이나 외화 자본 유출 등 부작용도 상당하다"라며 "금리 인하와 재정 확대보다는 근본적인 구조 개혁이 더 절실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