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4세 박정원 체제’ 시작···새 청사진 마련 기대(종합)

2016-03-02 15:40

차기 두산그룹 회장에 오르는 박정원 (주)두산 지주부문 회장[사진=두산그룹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두산그룹이 4세 경영체제에 돌입하며 대대적인 세대 개편을 예고했다.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은 2일 열린 ㈜두산 이사회에서 “그룹회장직을 승계할 때가 됐다”며 차기 이사회 의장으로 박정원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천거했다고 밝혔다. 두산은 그동안 지주사인 ㈜두산의 이사회의장이 그룹회장직을 수행해 왔다.

이에 따라 박정원 회장은 오는 25일 열리는 ㈜두산 정기주총에 이은 이사회에서 의장 선임절차를 거친 뒤, 그룹회장에 정식 취임할 예정이다.

박정원 회장은 현 두산그룹 최고 어른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이다. 박혜원 두산매거진 전무와 박지원 두산중공업 대표이사 부회장이 동생이다.

두산그룹 4세는 △고 박용오 전 회장의 아들인 박경원·박중원씨 △박용성 전 회장의 아들인 박진원 전 두산산업차량BG사장과 박석원 두산엔진 부사장 △박용현 두산연강재단 이사장의 세 아들인 박태원 두산건설 사장, 박형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사장, 박인원 두산중공업 전무 △박용만 회장의 아들인 박서원 두산 전무, 박재원 두산인프라코어 부장 △박용욱 이생그룹 회장의 자식인 박표원 박예원 박승원씨 등이 있다. 박용오 전 회장과 박용욱 회장의 자녀를 제외하면 4세 일가는 대부분 그룹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박정원 회장은 1985년 두산산업(현 ㈜두산 글로넷BU)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해 30여년간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들, 또 전문경영인으로부터 경영 수업을 받았다.

현장을 두루 거쳤고, 결정적인 순간 ‘승부사 기질’을 발휘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 그는 1999년 ㈜두산 부사장으로 취임해 상사BG를 맡은 이후, 수익사업 위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과감히 정리해 취임 이듬해인 2000년에 매출액을 30% 이상 끌어올린 바 있다.

왕자의 난으로 그룹 경영에서 물러난 오너 일가가 대거 복귀할때 4세 경영인으로는 유일하게 두산건설 회장으로 승진한 그는 2012년 ㈜두산 지주부문 회장을 맡으며 두산그룹의 주요 인수합병(M&A) 의사결정에 참여했다.

또 턴어라운드 기반을 마련하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는 일에 핵심 역할을 해왔다. 2014년 연료전지 사업, 2015년 면세점 사업 진출 등 그룹의 주요 결정 및 사업 추진에 핵심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산 연료전지 사업의 경우, 2년만에 수주 5870여억원을 올리는 등 ㈜두산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1세, 2세, 3세를 넘어 오너 4세 경영체제의 문을 연 박정원 회장의 어깨는 결코 가볍지 않다. 일단 그룹의 주력사업인 인프라지원서비스(ISB) 부문이 글로벌 경기침체의 영향을 받고 있으며, 공작기계사업 매각 등 그룹의 추가 사업구조 개편도 마무리 해야 한다.

무엇보다 선대에 이뤄놓은 업적을 기반으로, 새로운 100년을 위한 두산그룹의 청사진을 제시해야 한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는 올해는 그룹이 설립된지 120주년, 할아버지이자 선대 회장인 매헌 박두병 회장이 두산이라는 이름을 처음 사용한지 70주년이 된다. 숫자에 불과하지만 결코 의미가 적지 않다. 무엇보다도 가장 큰 우군은 4세 형제들이다. 두산그룹은 일찍부터 오너 집단 의사결정체제를 유지해 동생들과의 의사경영체제도 계속 유지될 전망이다.

그룹 경영진의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질 가능성도 높다. 두산그룹은 다른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평균 연령이 낮다는 평가를 받는데, 변화를 위해 더 젊어져야 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박용만 회장은 이날 이사회에서 “오래 전부터 그룹 회장직 승계를 생각해 왔는데 이사 임기가 끝나는 올해가 적절하다고 판단했다”며 “이런 생각으로 지난 몇년간 업무를 차근차근 이양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까지 세계적 경기침체 속에서도 턴어라운드 할 준비를 마쳤고, 대부분 업무도 위임하는 등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용만 회장은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으로, 회사의 턴어라운드에 힘을 보태는 한편, 인재양성을 위해 설립된 DLI 회장으로 취임할 예정이다. 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으로 소임을 다하는 데도 주력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