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대북제재, 러시아 몽니에 다음주로 미뤄질 듯

2016-03-01 08:00

아주경제 김동욱 기자 =급물살을 타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지연전술'로 늦춰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다.

28일(현지시간)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반 총장은 유엔인권이사회(UNHRC) 회의 참석차 내달 1일 스위스 제네바를 방문하면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별도 회동을 할 예정이라고 아흐마드 파우지 유엔 대변인이 밝혔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회동에서 반 총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시리아 내전 문제를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러시아가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을 사실상 늦추는 상황에서 만남이 이뤄짐에 따라 반 총장과 라브로프 장관이 북핵 관련 내용도 논의할지 주목된다.

표트르 일리이체프 유엔 주재 러시아 부대사도 같은 날 "결의안이 기술적 문서이고 이제 막 받았다"며 "많은 양의 세부사항과 분석이 필요한 부록들을 포함하고 있어 검토에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급물살을 타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 채택이 러시아의 '지연전술'로 늦춰지는 가운데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러시아 외무장관을 만난다. [사진=드미트리 메드베데프 트위터]


러시아는 당초 미·중이 담판을 지어 만든 결의안 초안 작성과정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검토에 시간이 필요하다는 설명은 일리가 있어 보인다.

특히 북한과 일정규모의 교역과 거래관계를 유지하는 러시아로서는 결의안 초안의 실질적 영향과 이행 가능성을 따져볼 필요성이 있다.

그러나 이번 대북 제재 결의안은 국제사회의 압도적 컨센서스 속에서 대다수 상임·비상임 이사국들이 신속 검토를 거쳐 선뜻 '추인'해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러시아의 이 같은 행보는 또다른 전략적 계산을 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몽니'를 부리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반도 문제를 미·중이 주도하는 데 대해 소외감을 느껴온 러시아로서는 의도적으로 시간 끌기를 시도하며 외교적 불쾌감을 표명하고 있을 개연성이 크다는 얘기다.

또 미래의 일정시점에 6자회담 재개를 비롯해 한반도 문제에 대한 다자 차원의 논의가 전개될 경우에 대비해 러시아가 영향력을 행사할 외교적 여지를 확보하려는 측면도 있다는 관측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시리아 사태를 거치는 과정에서 러시아와 미국의 양자 관계가 순탄치 않은 점도 간접적으로나마 영향을 줄 수 있는 변수다.

워싱턴의 한 외교소식통은 "러시아도 미국과 경쟁을 하는 강대국"이라며 "미·중이 합의했다고 호락호락 받아주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러시아가 실제로 미·중이 합의한 결의안 자체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안보리는 제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미사일) 발사를 감행한 북한에 대해 강도 높은 제재를 내리기로 하고 제재 결의안 초안을 마련했으나, 안보리 15개 이사국 가운데 러시아만 아직 동의 의사를 나타내지 않아 채택이 늦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