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해군기지 10년만에 완공, 오늘 준공식...기지 반대 인간 띠 행사도

2016-02-26 15:20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주민군복합항(해군 제주기지)이 26일 건설사업 착수 10년 만에 황교안 국무총리 주관으로 준공식을 거행했다.

준공식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 정호섭 해군참모총장, 원희룡 제주도지사, 역대 해군참모총장·해병대사령관, 해군·해병대 장병, 강정마을 주민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해군 구축함인 왕건함의 예포 19발 발사, 개식사, 국민의례, 경과 보고, 박근혜 대통령 축전 낭독, 원 지사의 환영사, 황 총리의 축사 순으로 진행했다.
 

제주해군기지[사진= http://blog.naver.com/haon0423/220553559512]

준공식이 열리는 동안 해군 제주기지 부두에는 해군의 7600t급 이지스구축함인 서애류성룡함, 4400t급 구축함인 왕건함, 문무대왕함, 1만4500t급 대형수송함인 독도함, 214급 잠수함인 안중근함이 정박 도열해 대한민국의 해군력을 과시했다.

P-3 해상초계기, 링스 해상작전헬기, UH-60 기동헬기를 포함한 해군 항공기 7대가 상공에서 축하 비행을 하고, 준공식에 참석한 주요 인사들은 행사 직후 제주기지를 둘러보고 서애류성룡함에도 올랐다.

해군 제주기지가 완공된 것은 정부가 건설사업에 착수한 지 10년 만이며 2010년 1월 항만공사를 시작한지 6년 만이다.

제주기지의 규모는 14만9000평(약 49만㎡)에 달하고 계류부두와 방파제 길이는 각각 2400m, 2500m에 이른다.

제주기지는 해군 기동부대를 동·서해로 신속하게 전개할 수 있어 북한의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이며 대한민국의 생명선인 남방 해역 해상교통로를 지키는 요충지다. 유사시 4시간이면 이어도까지 함정을 출동시킬 수 있다.

내년 하반기에 크루즈 부두가 완공되면 2020년에는 연간 100만명의 크루즈 관광객이 찾아오는 관광 중심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정부 관계자는 "제주민군복합항은 남방 해역의 전초기지이자 크루즈 관광 허브로서 국가안보와 지역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중공식이 열린 이날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주민들과 시민단체 회원 등이 평화를 상징하는 노란 페인트를 밟으며 인간 띠 잇기 행사를 하는 등  반대 분위기도 한껏 고조됐다.

서귀포 강정마을회와 기지 건설을 반대하는 종교·시민사회단체 관계자 100여명은 또 민군복합항 정문 부근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생명평화문화마을'로 선포, 평화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한다고 밝혔다.

마을회는 기자회견에서 "안보라는 가면을 뒤집어쓴 제주해군기지는 대한민국을 강대국 패권경쟁의 제물로 만들 뿐"이라며 "민군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명칭은 중국의 비난을 피하려는 면피용 수식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정은 생명과 평화의 문화가 넘실거리는 마을로 살아갈 것이며 생명과 평화를 사랑하는 모든 인류의 고향으로 자리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을회는 "구럼비 바위가 부지에 포함돼 콘크리트에 묻혀 있더라도 생명을 잉태해 다시 돌아올 것이라는 믿음이 지금도 굳건히 믿는다"고 강조했다. 기지 부지가 된 구럼비 바위는 길이 1.2㎞에 너비가 150m에 달하는 거대한 용암너럭바위로 기지 건설 반대 운동의 상징적인 공간이다.

마을회는 외부의 간섭으로부터 마을을 지키겠다는 의미로 장승을 세우고 제사를 지냈다.

앞으로 생명평화를 위한 교육·문화활동을 벌여나가기로 했다.

준공식 전 황교안 국무총리 등이 탑승한 차량이 민군복합항에 진입하는 것을 막으려고 주민들이 정문 입구를 대기하면서 한때 긴장이 고조됐다.

황 총리는 민군복합항 정문 대신 공사장 입구로 들어가 행사에 참여해 별다른 충돌은 없었다.

오전에는 민군복합항 정문 앞에서 천주교 예수회 김영근 신부의 집전으로 평화를 기원하는 미사를 열었다. 낮 12시에는 인간띠 잇기도 진행했다.

강정마을 안에는 9년 전부터 내걸려진 '해군기지 결사반대' 깃발이 여전히 걸려있다.

경찰은 다수 경력을 배치, 경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