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원유 감산은 없다"...저유가 기조 이어질 듯

2016-02-24 13:46
3월 산유량 감산 조치 불발 조짐...시장점유율 놓고 각국 입장 '팽팽'

[사진=아이클릭아트]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산유국 간 밀고 당기기가 계속 되고 있다. 유가 회복을 위해 단체 행동이 필요하다는 데는 동의하면서도 시장점유율은 양보하지 못하는 모양새다. 당사국 간 줄다리기가 길어질수록 유가 하락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알리 알나이미 사우디아라비아 석유장관은 2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콘퍼런스에서 "원유 생산량 동결까지는 찬성하더라도 감산할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이 전했다. 알나이미 석유장관은 "산유국들이 더 단결해야 하지만 공감대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감산 합의를 이끌어내더라도 많은 나라가 지키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는 압달라 살렘 알바드리 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하루 전날 밝힌 "산유량 동결 조치 이후 '추가 행동'도 가능할 것"이라는 입장과 상반되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알바드리 사무총장은 “유가 회복을 위해서라면 중국, 멕시코 등 비(非)OPEC 비회원국과 협력할 용의도 있다"고도 밝혀 유가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나왔었다.

실제로 국제유가는 OPEC의 '추가 행동' 발언 이후 급등했다가 알나이미 석유장관의 입장이 나오면서 하루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와 브렌트유가 4%대의 낙폭을 보이면서 각각 배럴당 31.87달러, 33.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세계 최대 산유국인 사우디의 석유장관이 감산 가능성을 일축함에 따라 사실상 동결 이상의 합의 도출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주요 산유국들은 3월 초 원유 생산량 목표를 두고 회의를 열 예정이다. 이에 따라 미국 셰일 업계의 입장이 유가 등락폭을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미국 셰일오일 생산량은 올해 하루 60만 배럴, 내년에는 하루 20만 배럴씩 감소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러나 저유가 기조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장 산유량이 줄더라도 과잉 공급으로 인해 현재까지의 재고량이 많은 만큼 유가 회복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지적이다.

OPEC 회원국 가운데 산유량 4위인 이란의 입장도 유가 회복에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란은 최근 서방의 경제 제재에서 풀려난 뒤 원유 증산을 본격화하고 유가 할인 전략을 내놓는 등 시장점유율을 되찾겠다는 입장이다. 결국 시장점유율을 지키려는 각국 당사자의 욕심이 유가 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