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카와의 전쟁' 선포…WHO·제약사들 백신 개발 잰걸음

2016-02-22 00:00

[사진=지카바이러스 발생국 현황]
 

아주경제 조현미·한지연 기자 = 국내외 제약업계가 잇따라 지카바이러스의 백신 개발에 뛰어들고 있다.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의 확산세가 거센데다 각국 정부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개발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어서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사노피파스퇴르·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뿐만 아니라 진원생명공학 등 국내 제약기업이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착수했다.

프랑스계 제약사 사노피의 백신사업부인 사노피파스퇴르는 최근 지카바이러스 백신을 위한 연구·개발(R&D) 프로젝트에 들어갔다.

연구는 지난해 성공한 뎅기열 백신을 지카바이러스에 적용하는 내용이다. 뎅기열과 지카바이러스 모두 동일한 모기종 바이러스인 ‘플라비바이러스’ 때문에 전파되고, 증상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영국계 제약사 GSK도 모기 매개 감염병인 말라리아 백신을 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다수의 바이오 기업들과 협업해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시작했다.

미국의 머크(한국법인명 MSD) 역시 최근 공중보건 전문가들과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밖에 화이자, 얀센 등도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제약사 중에선 진원생명과학이 미국 관계사인 이노비오와 함께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에 나섰다.

이 회사는 최근 동물실험에서 개발 단계에 있는 ‘지카 DNA백신’이 바이러스 예방과 치료에 필요한 면역반응을 유도해 낸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박영근 진원생명과학 대표는 “임상용 백신의 대량 생산을 자회사인 VGXI에서 착수했다”며 “최대한 신속하게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임상시험 승인과 임상 개발을 수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앞서 WHO는 모기를 매개로 한 감염병은 국제적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경고하며, 지카바이러스 백신 개발을 위한 국제적인 공조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달 2일에는 지카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국제 공중보건 위기상황(PHEIC)’을 선포했다. PHEIC이 선포되면 관련 백신 등의 임상시험 기간을 단축하거나 미완성된 신약 공급을 일부 허용하는 등의 조치가 취해진다.

우리 정부는 지카바이러스 백신과 진단키트, 치료제가 신속하게 개발될 수 있게 ‘패스트트랙’을 도입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승희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지난 19일 열린 ‘바이오의약품 분야 규제개선 대토론회’에서 “의약품 규제기관 국제연합(ICMRA)과 공조 체제를 유지하면서 최신 정보를 공유해 지카바이러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최우선으로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지카바이러스 백신이 탄생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백신 개발에 최소 10년 이상이 소요되는데다 이를 제품화한 뒤 의료기관에 공급할 때까지 수요가 꾸준할지도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지카바이러스 백신은 시장성과 수요 예측을 하기 어려워 제약사들이 10년 이상 꾸준하게 투자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