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차량산업위기] ⓷ ‘정책 사각지대’···저평가된 철도차량산업

2016-02-19 06:00

현대로템이 개발한 동력분산식 고속전철 ‘해무’(HEMU-400X)[사진=현대로템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2014년 기준, 한국에서 하루 평균 철도를 이용하는 승객 수는 1076만4230명이었다. 도시철도가 728만5855명, 광역철도가 309만3231명, 일반 철도가 38만5144명의 순이었다. 철도 시스템을 운용하는 기관에 5만4809명이 종사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지난해 발표한 ‘2014 국가교통통계’에 따르면 2013년 말 현재 전체 교통수단 가운데 철도의 수송 분담률(수송거리 기준)은 15.1%였다. 자가용(53.5%), 버스(25.9%)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국가 대동맥인 철도는 그 중요성을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지만 중요성에 비해 한국 철도차량산업은 영세성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철도산업을 대하는 시각이 제조업보다는 서비스업에 치중되어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개념 정의 안된 ‘한국철도산업’
한국에서는 철도산업에 대한 정확한 개념 정의가 되어 있지 않다. 이원희 한국조세재정연구원 공공기관연구센터 소장은 한국철도산업협회 기고문을 통해 “의약산업이라고 하면 의약을 개발하는 연구개발(R&D), 약품을 생산하는 제약회사를 생각한다. 유통을 담당하는 약국은 산업의 범주에서는 의미가 약하다”면서 “그러나 한국에서 철도산업이라고 하면 거꾸로 약국에 해당하는 부분이 강화되어 있다. 대체로 철도산업이라 하면 한국철도공사(이하 코레일)에 의한 차량운영과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철도 노선 건설을 포함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철도산업발전기본법’은 철도산업을 ‘철도운송·철도시설·철도차량 관련 산업과 관련된 산업을 말한다’고 폭넓게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하의 규정은 사실상 2004년에 있었던 코레일과 철조시설관리공단의 업무 영역 분할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이러다 보니 정작 차량 제작, 신호, 전기 등 부품산업이 발전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철도차량산업협회가 지난 2013년 철도차량산업이 국내산업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한국은행 산업연관표에 근거해 분석한 바 있다. 제조업에서 차지하는 철도차량산업의 위치를 2005년과 2009년 부가가치 데이터로 비교했더니 전체 제조업은 이 기간 동안 약 23% 성장한 반면, 철도차량제조업은 2837억원에서 6042억원으로 약 212% 급성장했다. 그러나 2000년과 2009년의 데이터를 비교해 보면 9조1340억원에서 4조6884억원으로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이 소장은 “철도차량 제조업의 국내시장 규모가 주문방식의 발주에 따라 일정치 않고 고속전철 개발 등과 같은 특별한 수요가 발생하는 경우에 따라 변화가 심하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는 근거다”고 설명했다.
 

◆한 단계 낮은 산업 위상
철도 관련 제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서도 제대로 된 가치를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 상에서 철도관련 제조 산업은 대분류인 제조업에, 중분류인 수송용 기계기구 제조업(31)의 소분류인 철도차량 및 부분품 제조업(312)에 속한다. 이러한 소분류에는 선박(311) 및 항공기(313) 등의 제조업이 포함되어 있다. 그리고 철도장비 제조업(3129)에는 ‘기관차 및 기타 철도차량제조업(31201)’과 ‘철도차량부품 및 관련 장치물 제조업(31202)’을 세세분류의 제조업으로 구분하고 있다.

한국표준산업분류표상 철도장비제조업은 국제연합(UN) 통계국에서 회원국 간의 산업비교를 위해 정한 국제표준산업분류를 기초로 해당국의 산업상태에 따라 위상의 정도를 분류하고 있다.

이 소장은 “소분류, 세세분류의 단위가 그 산업의 중요도를 설명하는 척도라고 본다면 한국의 ‘철도차량 및 부품산업’은 우선순위가 낮게 평가되고 있다”면서 “일본은 철도차량 및 부분품 제조업이 우리의 세세분류(5단위)가 아니라 312로서 소분류(3단위)로 설정되어 있다”고 전했다. 일본에 비해 무려 2단위나 낮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철도산업에 대한 느슨한 개념 규정은 해당 산업을 육성할 중앙정부의 역할 분담 또한 애매한 결과를 낳고 있다. 즉, 철도산업은 교통이기 때문에 국토교통부가 담당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고 산업이기 때문에 산업통상자원부가 담당해야 하는 몫이 있다. 이러다 보니 어느 부처도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정책을 주도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철도산업 전문가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고 말한다.

이 소장은 “국토부 철도국은 상하 분리의 관점에서 코레일과 철도시설관리공단의 역할 정립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산업부는 항공기, 자동차, 조선 관련 산업 육성 방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철도 제조업 관련 산업은 어느 부처로부터도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철도산업의 발전과 철도차량산업의 발전은 함께 이루어져야 하며, 이러한 맥락에서 교통정책과 산업정책의 상호 협력 체제를 더욱 강화하기 위한 양 부처의 협력체계 구축 및 역할 분담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