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봐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한 번쯤은 들어본 나태주 시인의 '풀꽃'입니다.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처음에는 어려워도 하나씩 알게 되면 새로운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자동차 기자인데 부끄럽게도 '차알못(차를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이지만, 브랜드별 엠블럼에 관한 이야기를 매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 시리즈가 수많은 '차알못'에게 일말의 호기심을 가져다주길 기대합니다. <편집자 주>
 
아우디는 벤츠, BMW와 함께 독일의 3대 명차로 손꼽힌다. 아우디의 창업자는 아우디가 아니라 '아우구스트 호르히(August Horch)'다.

호르히는 1896년 벤츠에서 일을 시작했다. 자동차 경주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벤츠에서 배웠던 기술을 바탕으로 1899년 쾰른에서 자신의 이름을 딴 회사 '호르히 앤 시에(Horch & Cie)'를 만든다. 이곳에서 호르히는 자동차 개발자이자, 카레이서로도 활동하며 경주대회에서 여러차례 우승을 차지한다.

'호르히 앤 시에'는 1901년 세계최초의 전륜구동 자동차를 만든다. 이후 경주용 차들을 연이어 만들어냈다. 하지만 회사 사정은 더 어려워졌다. 1909년에는 회사가 경주에만 몰입한다는 이유로 창업자인 호르히를 쫓아내기에 이른다.

이에 호르히는 자신의 이름으로 새로운 회사를 세웠지만, '호르히 앤 시에'가 사명을 놓고 소송을 걸어 회사에 자신의 이름을 쓸 수 없는 상황에 다다른다.
 
호르히는 새로운 회사의 이름을 짓기 위해 사업 친구인 프란츠 피켄처(Franz Fikentscher)의 아파트에서 동료들과 회의를 열었다. 열렬하게 회의를 하던 당시 옆에서 라틴어를 공부하고 있던 피켄처의 아들이 "아빠, 호르히가 안되면 아우디는 어때?"라고 물었다.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어 지금의 아우디라는 이름이 탄생한 것이다. 호르히는 독일말로 '듣다'라는 뜻이고, 아우디는 라틴어로 '듣다'라는 뜻으로 서로 일맥상통한다.
 
아우디의 최초 엠블럼은 역삼각형 모양 위에 숫자 1이 올라가 있는 모양으로 1910년에 만들어졌다. 모든 차 중에서 1위를 하겠다는 아우디의 의지가 담겨있는 엠블럼이다.

호르히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로 손꼽히던 오스트리아 국제 알파인 레이스에 1911년 처음으로 참가해 우승한다. 1920년 아우디 본사가 베를린으로 이전한 후에는 베를린에서 교통 자문관으로 일하면서 아우디의 이사로 활동했다.
 
현재 링 네 개가 겹쳐진 엠블럼의 시초는 1932년이다. 1914년부터 1918년까지 벌어진 제1차 세계대전으로 독일 경제는 무너진다. 이후 대공황까지 겹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위기에 빠진다. 이에 자동차 회사의 명성을 유지하고자 아우디를 비롯한 네 개사는 아우토 유니온(AUTO UNION AG)을 만든다.

네 개사는 1901년에 아우구스트 호르히가 세운 호르히, 그가 다시 회사를 나와 1909년 세운 아우디 베르케, 덴마크 엔지니어 요르겐 라스무센(Jorgen Skafte Rasmussen)이 1904년에 설립한 데카베(DKW), 요한 밥티스트 윙클호퍼(Johann Baptist Winklhofer)와 리처드 아돌프 예니케(Richard Adolf Jaenicke)가 1885년에 설립한 반데러(Wanderer Werk)다.

초기 아우토 유니온의 엠블럼은 경주용 차에만 적용했다. 모든 차에 적용하기 시작한 것은 1937년 아우디가 세계 최초로 시속 400㎞를 돌파한 이후이다.
 
아우토 유니온으로 쓰던 엠블럼은 1985년부터 지금의 은색 링 모양을 갖추게 됐다. 2009년에는 여기에 볼륨감을 더하고 알파벳 'd'도 살짝 변화를 줘 현재까지 쓰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