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논·밭두렁 태우기, 산불로 이어져

2016-02-17 14:32

[사진=군포소방서 재난안전과장 홍성길 소방령 ]


군포소방서 재난안전과장 소방령 홍성길

24절기 중 첫 번째 절기 입춘(立春)은 ‘봄이 시작한다’는 의미로 집집마다 행운과 건강을 기원하는 뜻한다. 입춘대길 건양다경(立春大吉 建陽多慶)을 붙여 본격적인 새해를 알렸다. 입춘 15일 후 찾아오는 우수(雨水)는 ‘봄비가 온다’는 뜻으로 날씨가 거의 풀리고 대지에 새싹이 자라난다.

봄이 다가오면서 농부들의 손길이 바빠지고 들녘에는 논·밭두렁 태우기와 쓰레기 소각 등으로 올해 농사를 준비하지만 자칫 바람으로 인하여 인근 야산이나 민가, 문화재시설 등으로 비화, 연소 확대되어 재산피해는 물론 인명피해로까지 이어진다. 또한 산림보호법에 의거 산림이나 산림인접 지역에서 불을 피우면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또 실수로 산불을 내더라도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 한다.

논·밭두렁을 태우는 행위는 사실 병해충 예방에 효과적일 것이라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됐다. 농촌진흥청에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것과는 달리 논·밭두렁 태우기는 도열병, 흰잎마른병, 애멸구, 벼물바구미 등의 병해충에 방제효과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병해충의 천적인 거미, 톡톡이 등 이로운 벌레가 오히려 많이 죽어 병해충 발생이 증가된다고 한다.

특히 잡초에 발생한 도열병은 벼에는 전염성이 없어 논두렁을 태워도 거의 효과가 없고 흰잎마름병균은 주로 수로에 서식해 논두렁 태우기와 사실상 관련이 없다.

또 벼물바구미는 야산의 낙엽이나 땅속에서 월동하기 때문에 논두렁을 태워도 효과가 거의 없다. 논밭을 태우고 60일이 지나야 생태계가 원래 상태로 서서히 회복되기 시작해 70일이 지나야 복원되고 이로운 벌레의 회복은 이보다 더 긴 시간이 소요된다.

볏짚 등 농산부산물은 태우지 말고 2, 3등분으로 절단하여 깊이갈이를 실시하거나,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여 유기물을 보충 하도록 하고. 뿌리가 있는 어린 식물을 기르는 육묘(育苗)에 살충제를 처리해서 이앙하면 해충 방제를 할 수 있다.

음력 1월15일(양력 2월 22일) 정월 대보름이 다가온다. 달집태우기, 쥐불놀이는 농작물에 피해를 주는 잡충(雜蟲)을 태우고 한 해의 농사의 시작을 알린다. 어린 시절 깡통속에 숯불과 고구마를 넣고 달빛 아래에서 빙빙 돌리며 신나게 놀던 놀이가 소방관이 된 지금은 다 타고 남은 불씨가 혹 공중으로 올라 산으로까지 확대되어 귀중한 산림을 한순간에 잿더미로 만들까 무척이나 걱정스럽다.

한번 훼손된 산림은 토양이 나무를 다시 키울 수 있게 되는 데는 2~4년이 걸리며 생태계 원상복원까지는 40~100년이 걸린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일이 없도록 그동안 잘 가꿔온 자연과 우리의 소중한 재산을 지키고 건강하게 가꾸어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