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북한 체제붕괴'까지 언급…새로운 대북정책으로의 '궤도수정' 선언

2016-02-16 14:42
"북한 정권 반드시 변화시켜 북녘 주민들 자유·인권·번영 누리도록 할 것"…고강도 대북 양자·다자제재 추진
북한 도발 굴복해 퍼주기식 지원 더이상 안돼…김대중·노무현정부 햇볕정책 비판
"우리지급 달러 대부분 노동당 지도부 전달"…구체적 증거 밝히지 않아 논란 예상
한미일 3국 안보 협력 강화·중국 및 러시아와는 연대…사드배치 의지 천명에 중국 거센 반발 예상

[사진=청와대]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16일 국회 국정 연설을 통해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 의지를 천명하면서 이를 위해 내부적으로 정치권에 정쟁 중단을 통한 초당적 협조를 촉구하는 한편, 안보·경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국론 결집과 국민 단합을 간절히 호소했다.

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매년 한 차례씩 국회를 찾아 총 3번 예산안 시정연설을 했고, 예산안이 아닌 다른 국정현안으로 연설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 대통령이 청와대 대국민담화가 아닌 국회 국정연설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집권 4년차에 들어선 올 들어 미 금리 인상과 중국 증시 불안 등으로 경제 침체 위기가 가중되고, 북한 핵실험과 장거리로켓 발사로 안보 위기까지 겹치면서 정부의 위기관리능력에 대한 국민적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특히 개성공단 전면 가동 중단과 한미간 사드배치 협의 등 잇따른 초강수 조치들에 따른 외교안보 기조 전환 후폭풍이 더 커지기 전에 미리 차단하겠다는 선제적인 조치로도 읽힌다. 

박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먼저 북한의 핵 포기를 목표로 사실상 대북·외교 정책의 전면적인 전환을 천명했다.

박 대통령은 북핵 포기를 위해 개성공단 가동 전면 중단 조치가 불가피했음을 설명하면서 "기존의 방식과 선의로는 북한 정권의 핵개발 의지를 결코 꺾을 수 없다"며 김대중·노무현정부 시절 햇볕정책을 강하게 비판, 향후 단호하고 강력한 제재 조치를 통해 북한을 변화시켜 나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사진=청와대]



아울러 현 정부의 통일안보 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도 사실상 폐기하고, 북한이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최우선 순위를 두고 고강도 대북 압박에 나서는 대북·외교정책을 전개하겠다는 뜻도 공식화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고(高)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의 배치에 대한 한미간 공식 협의 착수, 개성공단 가동 전면중단 등의 고강도 조치도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북한에 기항한 제3국 선박의 입항 금지를 핵심으로 하는 해운제재 등 추가 대북제재를 시사한 바 있다.

특히 박 대통령은 연설에서 처음으로 ‘북한 체제 붕괴’를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그동안 북한이 최고존엄 문제를 정면으로 건드리는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교체)'에 대해 격렬하게 반발해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연설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박 대통령은 또 연설에서 “개성공단에 지급된 달러가 노동당 지도부에 전달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증거를 설명하지 않아 논란이 예상된다. 앞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개성공단에 지급된 달러가 북한 정권의 핵ㆍ미사일 개발 자금으로 흘러들어갔다는 발언을 했다가 15일 국회 외통위에서 번복해 논란이 커진 상황이다.

게다가 박 대통령이 연설을 통해 사드 배치 의지를 더욱 분명하게 밝혀 향후 중국과의 외교 갈등이 더욱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실효성 있는 대북제재를 위해 한미일 협력과 중국러시아와의 연대를 계속하겠다고 밝혔지만, 한미간 사드 배치 협의로 불거지고 있는 한중 갈등 국면을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대북 제재에 동참토록 중국을 어떻게 설득할 것인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또 연설 내내 안보위기 돌파의 원동력인 국민 단합을 저해할 수 있는 '남남(南南) 갈등'에 우려를 나타내며 정치권의 초당적인 협조와 국민의 단합을 당부했다. 

특히 박 대통령은 개성공단 가동 잠정중단 등의 정부 대응 조치와 관련해 '북풍(北風)' 논란이 제기되는 것과 관련해 야당을 간접적으로 조준했다. 

그러면서 "안보위기 앞에서 여와 야, 보수와 진보가 따로 일 수 없다. 국가 안보와 국민의 안위는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도 없고 되어서도 안되는 것"이라면서 자연스럽게 북한의 추가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테러방지법과 안보위기와 함께 다가오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노동개혁 4법 및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의 통과를 국회에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국회 연설을 마친 뒤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경제팀에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이 북한 문제와 함께 우리 경제에 복합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에 관련 동향들을 면밀하게 점검하고 이상 징후가 감지될 경우에는 선제적으로 안정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비상 대응체제를 유지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아울러 "북한이 언제 어떻게 도발을 감행할지 모르는 상황인 만큼 우리 군은 북한 도발 시에 즉각 응징할 수 있는 철통 같은 준비 태세를 갖춰야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