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시신' 7년간 방치 퇴직연금 탄 부인 '무죄'
2016-02-03 17:44
아주경제 이동재 기자=7년간 남편 시신을 집안에 보관하며 공무원이었던 남편의 퇴직연금 등 2억여원을 챙긴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부인에게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단독 장일혁 부장판사는 3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조모(49)씨 재판에서 "남편이 죽은 시점이 특정되지 않아 수당, 연금 등을 부정 수령한 사실이 증명되지 않는다"며 이같이 판결했다.
약사인 조씨는 남편의 시신을 서울 서초구 집 안 거실에 둔 혐의(사체유기)로 2014년 경찰 조사를 받았다.
경찰이 시신을 찾았을 때 시신은 거실 카펫 위에 이불을 덮고 누워 있었으며 깔끔한 옷차림이었다. 방부처리가 의심됐을 만큼 상태도 깨끗했다.
경찰은 남편이 2007년 초 43세로 사망했다고 추정했으나 조씨는 "남편이 숨이 끊어지지 않고 살아 있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함께 살던 조씨와 자녀는 시신에 인사하고 이야기도 하는 등 평소와 다름 없이 생활한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은 사체유기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2009년까지 남편의 휴직수당, 퇴직연금 등 2억1000여만원을 수령한 혐의로 조씨를 기소했다.
장 판사는 "시체 검안서에도 남편의 사망시점은 2013년 12월26일 이전이라고만 돼 있을 뿐 사망 시점이 특정되지 않았다"며 "부정수령 시점에 남편이 실제로 사망했다는 점을 합리적 의심 없이 뒷받침할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은 약사로서 일정한 수입이 있었고, 남편을 사망신고해도 사망보험금으로 상당한 금원을 수령할 수 있었다"며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범행의 동기 역시 부족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