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스페셜]中 핀테크 열기 절정, BAT가 벌이는 훙바오대전
2016-02-01 10:40
아주경제 베이징특파원 조용성 기자 = 핀테크, 모바일 결제시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걸음마 단계지만, 중국에서는 '대단히' 활성화되어 있다. 알리바바의 즈푸바오(支付寶)를 이용하면, 스마트폰상에서 간단한 터치 몇번으로 인터넷쇼핑 결제를 할 수 있다. 핸드폰요금, 전기세, 수도세, 가스비도 즈푸바오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수수료 한푼 들이지 않고 송금을 할 수도 있다. 텐센트(텅쉰, 騰訊)의 위챗(웨이신, 微信)을 이용한다면, 채팅창에서 송금을 할 수 있다. QR코드를 이용해 식당결제, 택시결제 등을 할 수 있다. 이 역시 수수료는 없다.
결제를 위해 복잡한 소프트웨어를 추가로 설치할 필요도 없으며, 개인인증번호나 일회용 비밀번호 생성기가 필요없이, 은행 비밀번호만 입력하면 순식간에 결제가 완료된다. 높은 편리성에 더해 수수료가 없는 탓에 중국의 모바일결제는 전통은행을 위협할 정도까지 성장한 상태다. 중국 빅데이타리서치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모바일 결제액은 모두 9조3100억위안(약 17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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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핀테크의 꽃은 훙바오서비스라 할 수 있다. 중국에 '훙바오(紅包·일종의 세뱃돈) 서비스'라는 신제품이 나온 것은 2013년이다. 당시 알리바바 즈푸바오는 스마트폰으로 훙바오를 송금할 수 있도록 하는 서비스를 내놓았다. 모바일 훙바오를 받은 사람이 빨간 봉투 모양의 훙바오를 터치하면, 화려한 그래픽이 펼쳐지며, 자신의 통장으로 훙바오 금액이 쌓인다. 중국의 훙바오 문화를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지만, 이 서비스는 그리 큰 인기를 끌지 못했다.
대박을 친 것은 2014년 2월 춘제를 앞두고 텐센트가 내놓은 훙바오 서비스였다. 즈푸바오의 훙바오 서비스를 기반으로,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도박적인 요소와 재미요소를 대폭 가미한 것이 주효했다. 당시 800만명 이상의 중국인이 춘제기간동안 이 서비스를 이용했고, 텐센트의 주가는 폭등했다. 마윈(馬雲) 알리바바 회장은 이를 두고 "진주만기습처럼 텐센트로부터 기습당했다"고 안타까워했다.
2014년2월 텐센트가 내놓은 훙바오 서비스는 웨이신을 통해 친구들에게 무작위로 훙바오를 보낼 수 있도록 설계됐다. 만약 11명의 단체대화방에서 누군가가 100위안을 10명에게 훙바오로 보낸다면, 웨이신이 무작위로 금액을 배분해 훙바오를 보낸다. 어떤 사람에게는 50위안이 보내질수도, 어떤 이에게는 단돈 1위안이 보내질 수 있다. 또한 100위안 훙바오의 수신인을 무작위 5명으로 지정해 보낼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대화방의 10명 중 선착순 5명만이 훙바오를 받을 수 있다.
받는 사람은 적은 금액이라도 훙바오를 받으니 기뻐하게 되고, 훙바오를 개봉하는 동안 복권당첨을 기다리듯, 얼마가 들어있을지 기대하게 된다. 선착순 훙바오를 받기 위해 타인보다 먼저 터치해야 하니 묘한 긴장감도 형성된다. 이로 인해 빼앗다라는 뜻의 '챵(搶)'이라는 동사와 함께 '챵훙바오(搶紅包, 훙바오쟁탈)'라는 신조어가 생겨났다. '챵훙바오' 열기에 힘입어 중국의 핀테크는 그해 급속한 발전을 거두게 된다.
◆대기업 마케팅수단으로 떠올라
전통적인 훙바오 문화와 모바일결제, 도박, 엔터테인먼트 등의 요소가 어우러진 모바일 훙바오가 대흥행을 거두자, 업체들은 이를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춘제때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치열한 홍바오 대전을 벌였다.
텐센트는 CCTV와 함께 춘완(春晩, 설 특집 쇼) 훙바오 프로모션을 펼쳤다. 생방송중 춘완의 사회자가 "지금 흔드세요"라고 외침과 동시에, 네티즌들은 웨이신을 켠 상태로 스마트폰을 흔들어댔고, 흔들어 댄 이들 중 선착순으로 훙바오가 지급됐다. 흔들기는 1분당 8억1000만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몇차례의 스마트폰 흔들기 이벤트로 5억위안(약 900억원)의 훙바오가 일반인들에게 풀렸다.
이에 뒤질세라 알리바바는 99만개의 훙바오를 풀면서, "외계인은 누구와 비슷하게 생겼나"는 퀴즈를 냈다. 정답은 '나'였다. 3000만명이 약 1억개의 답안을 등록하기까지 2분36초 걸렸다. 정답을 맞춘 1500만여명이 홍바오를 받았다.
당일 웨이신을 통해서는 10억건의, 즈푸바오를 통해서는 6억8300만건의 홍바오가 거래됐다. 개인으로부터 건, 기업으로부터 건 훙바오를 받기 위해서는 모바일결제플랫폼에 접속해야 한다. 1위안의 훙바오를 받더라도, 모바일결제 이용 1차례가 성립된다. 결제 플랫폼 사용횟수 누적을 노리는 결제 플랫폼 업체들로서는 매력적인 프로모션이다. 또한 이같은 프로모션으로 인한 홍보 효과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후발주자 바이두 1조원 투하
지난해 알리바바와 텐센트가 훙바오 대전을 벌였다면 올해는 바이두가 가세했다. 바이두는 '바이두쳰바오(百度錢包)'라는 모바일 결제서비스가 있지만, 즈푸바오나 웨이신즈푸에 비하면 후발주자에 불과하다. 때문에 바이두는 이번 춘제기간 동안 대대적인 훙바오 마케팅에 돌입하기로 했다. 우선 인기배우인 후거(胡歌)를 광고 모델로 초빙했다. 또 지난달 28일부터 정월 대보름인 2월22일까지 60억위안(약 1조원)을 훙바오로 뿌릴 방침이다. 바이두앱을 이용해 거리의 ‘복(福)’자를 촬영하거나 새해인사를 녹음해 보내면, 바이두의 인공지능이 문자나 음성을 식별해 훙바오를 뿌려준다. 이 밖에도 바이두는 산하 소셜커머스 '눠미(糯米)',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아이치이(愛奇藝)', 바이두 지도 등을 동원해 각종 할인 쿠폰도 제공한다.
알리바바는 CCTV 춘완과 손을 잡고 사상 최대 금액의 훙바오를 지급하겠다며 텐센트에 대한 설욕을 다짐하고 있다. CCTV 춘완과의 협력을 위해 알리바바가 파격적인 금액을 CCTV측에 제시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또한 알리바바는 80여개 브랜드와 손을 잡고 쿠폰도 지급한다는 방침이다. 텐센트는 위챗을 통해 춘제연휴 전후 10일간의 모든 광고 수입을 훙바오로 쏘겠다고 선포했다. 텐센트의 훙바오 규모는 수억위안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BAT가 벌이는 훙바오대전
인터넷 결제시장과 인터넷 금융은 BAT(바이두, 알리바바, 텐센트)로서는 결코 놓칠수 없는 시장이다. 알리바바는 알리바바는 물론 타오바오(淘宝), 톈마오(天猫) 등 인터넷 상거래가 주력 업종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금융업이 필요하며, 금융자회사인 마이진푸(螞蟻金服)의 성공을 위해서는 즈푸바오의 성공이 필요조건이다. 텐센트의 위챗즈푸는 금융고객들을 최대한 많이 유입시켜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통해 금융상품 판매영역까지 사업을 뻗쳐나가겠다는 비전이 있다. 또한 인터넷금융 후발주자로서 이 분야에서 획기적인 성공을 거두고 싶어하는 바이두 역시 이번 훙바오대전은 결코 밀릴 수 없는 격전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