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초만난 SPP조선 매각… 중소조선업체 지원이 필요한 이유
2016-01-28 13:52
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순조로울 것으로 예상됐던 SPP조선의 매각작업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SPP조선 채권단(우리은행, 수출입은행, 무역보험공사, 서울보증보험)과 단독 입찰자인 삼라마이다스(SM)그룹간의 매각 협상에서 벌어진 이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28일 SPP조선 근로자위원회 및 조선업계에 따르면 SPP조선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이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SPP조선 우선매수협상자 선정 결과는 이르면 오늘(28일)이나 29일 발표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선수금환급보증(RG) 발급을 두고 채권단과 SM그룹 양자간 의견이 크게 엇갈리고 있어 유찰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
채권단은 인수를 결정한 SM그룹이 직접 담보를 통해 RG를 발급 받아야한다는 입장인 반면, SM그룹측은 위험을 안고 조선사를 인수하는 만큼 앞으로 2년치 수주 선박에 대한 신용보증을 요구중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측은 SM그룹이 RG를 발급받기 위해서라면 부동산 등 담보 제공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중인 것으로 안다”면서 “채권단이 이같은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경우 매각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전했다.
SPP조선 근로자위원회도 “SPP조선의 운영에 대한 책임과 부담이 SM그룹으로 이양되는 과정이이며 과도기적 지원이 반드시 요구된다”면서 “이를 위해선 최소 2년, 선박 40척에 대한 RG가 다른 조선소들과 마찬가지로 담보 없이 신용으로 제공돼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더불어 채권단은 SM그룹측의 가격 인하요구에도 난색을 표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SM그룹측은 300억원을 추가로 인하해 줄 것을 요구중인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는 앞서 RG발급 지연으로 기존에 수주했던 선박 8척의 발주가 취소된 데 따른 것으로 신규수주까지 유지비용이 투입되기 때문이다.
조선업계는 채권단의 입장은 이해하면서도 폭탄을 떠넘기는 식의 매각은 문제가 있다는 입장이다. 우선 단시일 내 조선업황 개선을 장담하기 어려운데다 산업계 전반적으로 위기감이 큰 만큼, 익스포저(위험노출액) 축소에 나설 수 밖에 없는 속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성공적인 M&A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안이 나와야 하는 상황에서 조선업 영위에 있어 가장 중요한 RG발급을 문제삼고 있다는 점은 조선업 전반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채권단과 조선업계의 서로 내세우는 입장은 모두 틀린말은 아니다. 하지만 조선업 특성상 RG발급이 중단되면 선박을 짓지 못하고, 이는 기술개발 투자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만일 조선업 환경이 바뀌면 대응안을 마련하지 못해 일본처럼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선사 상당수가 정리된 상황에서 현재까지 조업이 진행중인 조선사들은 각각 특화된 강점이 있다”면서 “만일 채권단들이 조선사들을 버리는 순간 발주물량은 중국이나 일본으로 흘러갈 수 있고, 이는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오긴 힘들어 중소형 조선업계는 사실상 국내에 남기 어렵다”고 전했다.
다른 관계자는 “지금 다들 어려운 상황인 만큼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게 가장 좋다”면서 “SPP조선과 채권단이 한발씩 물러서고, 정부의 정책이 더해져 문제를 하나씩 해결하는 방안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