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드상에 가림막' 이탈리아, 이란 대통령 '특급대우' 논란

2016-01-27 16:35
이란, 철강·철도 등 이탈리아 기업과 22조원 규모 계약 체결

[사진=ANSA 통신 캡처]


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하산 로하니 이란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이탈리아 정부가 정상회담이 열리는 박물관의 주요 예술 작품을 패널로 가렸던 것으로 드러나 이른바 ‘굽신 외교’ 논란이 일고 있다.

안사 통신 등 현지 언론이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로하니 대통령은 로마 소재 카피톨리니 박물관에서 정상회담을 가졌다. 회담 당시 박물관에 전시돼 있던 비너스상 등 유명 누드 작품들이 가림막에 숨겨져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물관 측과 일부 언론에서는 “이슬람 종교권 국가 원수에 대한 배려”라고 해명했으나 지나친 눈치 보기라는 비난이 나오고 있다. 네티즌들은 이탈리아 고유의 문화를 굳이 가릴 필요는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슬람에서는 일반적으로 사람 형상의 미술품을 우상숭배로 간주하고 있으며 나체를 다룬 예술품은 특히 혐오하는 거으로 알려져 있다.

또 로하니 대통령이 참석한 만찬 자리에는 다른 국가 수상을 대접할 때와는 달리 주류가 전혀 제공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굽신 외교 논란이 일고 있다. 알코올로 만든 음식도 이슬람에서는 금기시한다. 

이란 대통령이 유럽을 방문한 것은 지난 1999년 당시 모하마드 하타미 대통령의 유럽 순방 이후 17년 만이다. 경제제재 해제 이후 첫 순방지로 유럽을 택한 로하니 대통령은 25일(현지시간) 이탈리아를 방문해 렌치 총리와의 일정을 소화했다.

일정에 앞서 로하니 대통령은 이탈리아 기업들과 약 170억 유로(약 22조 2300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 분야도 송유관업체, 철강업체, 에너지업체 등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기반 산업이 대부분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루카 스퀘리 포르자 이탈리아 의원은 "다른 문화에 대한 존중이 자국 문화에 대한 부정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며 "이것은 존중이 아니라 일종의 굴복"이라고 맹비난했다.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해 박물관 조각상까지 가리면서 이탈리아 역사와 문화를 무시했다는 배신했다는 비난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