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노숙자 출근시간 1호선 전동차서 흉기난동…이유는 "사람 많아 짜증나"

2016-01-26 21:19

아주경제 강정숙 기자 = 26일 출근시간대 지하철 1호선 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향하던 열차 안에서 50대 남성 노숙자가 흉기 난동을 부려 승객들이 황급히 대피하는 등 소동이 벌어졌다.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났다는 게 이유였다.

경찰이 긴급 출동해 열차 진행 방향에 있는 지하철역에 배치돼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으나 이 남성은 난동 1시간 20여분 만에 반대 방향인 서울역 주변에서 검거됐다.

서울지방경찰청 지하철경찰대는 특수협박 혐의로 서울역 등지에서 노숙생활을 하는 강모(51)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강씨는 이날 오전 8시 25분께 지하철 1호선을 타고 시청역에서 종각역으로 가는 도중 주머니에서 흉기를 꺼내 흔들며 승객들을 위협한 혐의를 받고 있다.

초록색 패딩점퍼를 입고 초록색 등산가방을 멘 강씨가 휘두르는 흉기를 피해 승객들이 다른 객차로 서둘러 몸을 피하면서 열차 안은 아수라장이 됐다.

갑작스러운 난동에도 다행히 흉기에 다친 승객은 없었다.

강씨는 앞서 이날 오전 8시 17분 서울역에서 승차했으며, 열차가 시청역을 지나 종각역에 도착하기 전 흉기 난동을 벌이고 승객들과 함께 종각역에서 내렸다.

강씨는 경찰에서 "지하철 안에 사람이 많아 짜증이 나, 흉기를 휘두르면 주변에 있던 사람들이 겁을 먹고 도망갈 것으로 생각했다. 환청이 들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 과정에서 오전 8시 25분에 강씨가 종각역에서 열차를 다시 탔을 때 지하철 보안관이 같이 타서 '승객들에게 헛소리를 한다'는 이유로 8시 27분 하차시키기도 했다.

지하철 보안관은 오랜 노숙 생활로 평소 요주의 인물이었던 그를 알아보고 함께 탑승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경찰에 관련 사건 정보를 전달받지 못해 그를 하차시킬 때까지 흉기난동 장본인이라는 점은 물론 흉기난동 사건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