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논란·대출규제 강화·금리 상승 3중고 속 2~3월 전국 6만가구 쏟아져
2016-01-24 15:11
전문가들, 예비 청약자 입지, 시장 상황 고려 신중 청약 당부
아주경제 노경조·백현철 기자 = 최근 불어닥친 부동산시장 한파는 일단 지난해 과잉 논란까지 빚을 정도로 호조를 보였던 공급량의 역풍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오는 2월부터 대출규제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데 따른 자금 부담도 실수요자와 투자자들이 선뜻 주택 매매를 결정하지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추가금리 인상 가능성에 따라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점도 주택시장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몰아친 건설업계의 밀어내기식 분양은 적어도 올해 상반기까지는 지속될 전망이다. 지난해 말 미뤄둔 분양 물량과 시장 상황이 더욱 나빠지기 전에 나머지 물량을 공급해야 한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다. 전문가들은 이런 가운데 입지와 시장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선별적인 청약이 필요한 때라고 입을 모은다.
2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 인허가 물량은 76만5328가구로 1990년(75만가구) 이후 25년 만에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관련 통계를 발표하기 시작한 1977년 이후 최대치다. 이 중 경기지역 인허가 물량은 27만6948가구로 전국 시·도에서 가장 많았다.
이런 가운데 금융권 대출 심사가 강화돼 매수수요는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지난 14일 발표된 ‘정부 업무보고’에서 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를 조일 뜻을 분명히 했다. 금융위는 특히 강화된 대출 심사기준을 보험권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주택담보대출의 분할 상환 비중 목표도 상향 조정했다. 2016년말 목표치를 기존 40%에서 45%로 늘렸고, 내년말 목표치는 기존 45%에서 50%로 각각 5%포인트씩 올렸다.
신도시 중에는 한류월드 개발과 GTX킨텍스역 개통이 예정된 일산의 아파트 매매가격이 중앙로 뒷편 호수로 일대를 중심으로 최근 상승했으나, 거래 등이 아직 만족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반응이다. 현재 한류월드 부지에는 EBS가 사옥을 건설 중이며 인근에 이마트타운 등이 들어서 있다.
주엽역 인근 중개업소 관계자는 "일산신도시의 경우 같은 평형대가 구도심과 1억원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지만, 워낙 노후화돼 새 아파트를 찾는 수요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건설사들의 시기 조절 등으로 분양시장의 불씨가 상반기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2~3월 전국적으로 약 6만가구가 공급될 예정이다. 이 중 서울·수도권은 전년 동기(1만2000여건) 대비 250% 늘어난 4만4000여가구가 공급된다. 서울은 강남권 재건축을 비롯해 은평·서대문 등 강북권 재개발을 통해 약 6000가구가 분양될 예정이다. 경기·인천에서는 이 기간 전국 분양 물량의 62%에 이르는 3만7000가구가 쏟아진다.
주요 단지는 현대건설이 서울 은평구 녹번동 53번지 일대에 짓는 '힐스테이트 녹번'(952가구), 삼성물산이 광진구 구의1구역 단독주택을 재건축한 '래미안 구의 파크스위트'(854가구) 등이 있다. 올해 대우건설을 비롯한 건설사들은 공급물량을 축소하는 동시에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물량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은 "올해 주택담보대출 규제 강화 등으로 지난해보다 청약 경쟁률 등이 둔화될 것"이라며 "그러나 입지 등 경쟁력 있는 강남권 재건축 등 일부 단지들은 지난해처럼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실제 최근 GS건설이 서초구 잠원동에 공급한 '신반포자이'는 일반 아파트 가운데 3.3㎡당 평균 4290만원의 역대 최고 가격에도 불구하고 총 113가구 모집에 4269가구가 몰려 평균 경쟁률 37대1을 기록했다. 트리플 역세권에 상업·문화시설이 가까운 점 등이 성공요인으로 꼽힌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공급과잉과 이로 인한 미분양의 경우 경기지역이 특히 위험하지만 전세난에 매매를 원하는 수요도 꾸준할 것"이라며 "올해 건설사들이 공급 물량 및 시기를 조정하는 데 중요한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