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기술력 상징 ‘힘센’엔진 누적 생산 1만대 돌파 눈 앞

2016-01-21 11:15

현대중공업 '힘센' 엔진[사진=현대중공업 제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현대중공업이 자체 기술로 개발한 한국 최초의 중형엔진 ‘힘센(HIMSEN)’엔진이 출시 15년 만에 누적 생산 1만대 돌파를 눈 앞에 두고 있다.

지난해 3월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가 누적 선박 건조 2000척을 돌파한 것 못지않은 대성과다.

현대중공업에 따르면, 회사는 오는 3월내에 ‘힘센’ 엔진 누적 생산 1만대를 달성할 전망이다.

‘High-Touch Medium Speed Engine’의 약어이기도 한 ‘힘센’엔진은 자동차용 엔진을 제외하고 박용 및 산업용 엔진 시장에 있어서 고유 모델이 전무하던 국내 산업계의 오랜 숙원을 성취시켜준 상징이다.

외국 엔진 제조사의 모델을 기술료를 지불하며 생산하던 국내 중대형 엔진 제조사들은 1990년대에 들어오면서 높은 로열티 부담과 시장에 적합한 모델의 부재 등 영업적 제약에서 벗어나 보다 유연하게 시장에 대처하고 동시에 엔진 메이커로서 핵심기술을 확보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인식했다.

‘힘센’엔진 탄생의 주인공은 민계식 전 현대중공업 회장이다. 1990년 현대중공업 기술개발담당 부사장으로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민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해 1000마력급 중형엔진을 독자개발하겠다는 내용의 사업 제안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제안을 한마디로 거절했다. 수주한 선박만 잘 만들면 되지 엔진까지 개발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민 회장은 경영진 회의에 참석할 때 마다 제안서를 제출했고, 그의 고집에 질린 경영진들은 결국 두 손 들며 개발을 해보라고 지시를 내렸다. 10년의 연구개발 기간, 400억원을 투입한 끝에 2001년 4월 10일, 민 회장은 울산 조선소에서 결과물을 내놓았다.

‘힘센’엔진은 자체 기술로 완성한 한국 최초의 엔진이자 중후장대를 특징으로 하는 중공업 부문에서 처음으로 만든 독자 브랜드였다. 전 세계 조선산업 역사를 통 털어서 1950년대 핀란드 바르질라가 자체 모델을 개발한 이후 처음 내놓은 엔진이다.

2001년 첫 4대가 양산되며 본격적으로 생산에 들어간 ‘힘센’엔진은 현대중공업에게 엄청난 부를 안겨줬다. 탄생 10년 만인 2011년 2월 누적 생산량 5000대를 넘어선데 이어 5년이 지난 올해 1만 대 돌파를 넘어섰다. 선박용 엔진 세계시장 점유율에 있어서도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 덕분에 중형엔진 21%, 대형엔진 35%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힘센’엔진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2011년 35%에서 2013년 30%, 2014년 21% 수준으로 하락하고 있는데 이는 제품 경쟁력에서 밀리기 때문이 아니라 중국·일본 등 선박을 발주한 선주들이 자국 엔진을 발주하는 사례가 늘어난데 따른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힘센’엔진을 기반으로 ‘이동식 발전기(PPS)’를 개발해 전력 부족난을 겪는 국가들에 수출하는 등 사업 영역도 확대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힘센’엔진의 탄생으로 한국 조선산업은 상선 부문에 있어 선박과 기자재등을 100% 가까이 국산화 할 수 있었다.

회사 관계자는 “20여년 전 민 회장의 요구를 경영진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면 조선산업 세계 1위 한국은 엔진에 있어서는 지금도 선진국에 종속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면서 “‘힘센’엔진은 수입대체는 물론 기술 종속에서 벗어났고, 이를 통해 수출 확대 및 사업영역 확대라는 효과를 안겨줬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