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낳은 정보다 기른 정 인정"…불법 입양 난임부부 선처
2016-01-20 11:03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사업차 호주와 한국을 오가며 사는 A(41)씨 부부에게 둘째 자녀는 정말 오랫동안 기다려온 선물이었다.
이들은 애초 임신이 어려운 부부였다. 첫째 아들도 시험관 시술을 통해 가까스로 얻었다. 세상에 나온 자식은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만큼 예쁘고 소중했다.
부부는 한 명을 더 갖기로 했다. 그러나 갖은 노력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다. 부부는 고민 끝에 입양으로 눈을 돌렸지만 복잡한 절차와 조건에 좌절했다.
둘째를 간절히 원했던 이들은 결국 편법을 쓰기로 마음먹었다. 갓 태어난 남의 자식을 부부의 자녀로 출생신고해 키우는 방법이었다.
A씨는 인터넷 심부름센터에 접촉했다. 심부름센터는 "곧 딸을 낳을 미혼모가 있다"고 했다. 부부는 300만원을 주고 미혼모를 소개받았다.
미혼모는 2013년 12월 강남구 한 산부인과에서 딸을 낳았다. 딸을 건네받은 부부는 같은 달 출생신고를 마쳤고, 딸은 명실상부한 부부의 둘째가 됐다.
그렇게 A씨 부부에겐 행복한 시간이 찾아왔다. 그러나 2년 뒤 딸의 생모가 어떤 이유에선지 경찰에 A씨를 신고했다.
결국 A씨는 올해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남의 딸을 허위로 자신의 가족관계등록부에 올린 혐의(공전자기록등불실기재)였다.
A씨는 법정에서 잘못을 인정하며 자신의 행동이 불법인 줄 몰랐다고 말했다. 또 자신들은 난임 부부로서 그저 가질 수 없는 둘째를 원했던 것이었다고 호소했다.
특히 그는 딸을 정말 제 자식처럼 아끼고 있다며 법정에 사진들을 제출했다. 여기엔 딸이 부부는 물론 자신의 오빠와 해맑게 어울려 노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
사건을 맡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5단독 이은명 판사는 A씨의 '기른 정'을 인정해 벌금 50만원을 선고유예했다고 20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유죄 판단을 내리되 이후 2년 동안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범죄 사실을 없던 일로 해주는 법원의 선처다.
이 판사는 A씨가 전과가 없고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A씨가 현재 가정법원에 입양 허가를 청구한 상태로 허가가 나면 처벌을 할 실익도 없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