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 연초부터 '삐걱'…수출부진·소비절벽·금융시장 출렁

2016-01-18 17:04
새해 1∼10일 수출액 작년 동기비 22%↓
소비절벽 우려 현실화…지난해 12월부터 내리막 지속
중국 증시 폭락·북한 핵실험 등 금융시장 출렁

[그래픽 = 김효곤 기자]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국경제가 연초부터 삐걱대고 있다. 올해는 수출이 회복되고 내수 회복세도 이어질 것이라는 핑크빛 전망이 무색하게도 주요 경제 지표는 내리막의 연속이다.

중국 증시 폭락과 북한 핵실험 등 대내외 악재로 새해 문을 연 한국 경제가 수출 감소에 소비 부진까지 겹치면서 불안을 키우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 않다는 점이다.

저유가 탓에 수출 부진이 개선되기도 쉽지 않은 데다 지난해 한국 경제를 지탱한 내수마저도 정부 정책의 '약발'이 다하자 온기를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 지난해 한국경제 발목 잡은 수출, 연초부터 '암울'

국제통화기금(IMF) 등 주요 기관은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과 교역 신장률 등이 지난해보다 높아진다는 전망을 내놨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를 인용, 올해 수출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관세청 잠정 집계에 따르면 지난 1~10일 수출액은 85억2400만 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2.5% 급감했다.

물론 연초라는 점을 감안해야 하지만 첫 10일간의 감소 폭이 커서 수출의 마이너스 행진이 새해 첫 달에도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코트라(KOTRA)의 1분기 수출선행지수는 지난해 4분기보다 1.4포인트 오른 50.0으로, 1분기에도 작년 4분기의 연장선상일 가능성이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특히 한국 수출의 발목을 잡는 저유가도 이어지고 있다. 국제유가는 공급 과잉 우려 속에 30달러선이 붕괴하면서 12년 만에 최저치 수준인 20달러 대에 진입했다.

브렌트유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15일 3.50% 내린 배럴당 29.80달러에,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4.94% 밀린 29.66달러에 거래됐다.

한국 수출의 60% 정도가 산유국을 비롯한 신흥국을 상대로 이뤄지는 상황에서 저유가는 수출전선의 복병일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 '약발' 다한 정부의 내수 살리기…'소비절벽' 오나

수출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를 지탱해 온 내수가 정부 정책의 '약발'이 다하면서 소비절벽까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지난해 내수는 추가경정예산 편성, 개별소비세인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등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온기를 회복했다.

그러나 지난해 3분기 경제성장률을 1.3%로 올려놓는 데 큰 역할을 한 소비는 지난해 11월부터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정부 소비 진작책이 효력을 다했기 때문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작년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소비는 전월보다 1.1% 감소했다. 

12월엔 백화점 매출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8% 줄었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가 있었던 작년 6월(-6.0%) 이후 6개월 만의 감소세였다.

12월 대형마트 매출액도 2.1% 줄어 두 달 연속 감소세를 보였다. 새해 들어서도 중국 증시 급락, 북한의 4차 핵실험,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진 국제유가 등 대내외 악재가 겹쳐 소비는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마트의 이달 1∼12일 매출액은 식품 매출이 2.8%, 패션 관련 매출은 7.5% 줄어드는 등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 감소했다. 

정부는 1분기 재정집행을 전년 대비 8조 원 늘리고, 코리아 그랜드세일(2월) 등을 통해 내수를 부양한다는 계획이지만 가라앉는 경기를 지탱하기엔 부족해 보인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연초의 소비 활력이 지난해보다 강하지 않은 것 같다"며 "정부의 정책 효과가 발생하는 부문에선 회복세가 보이지만 내수 전반으로는 확산되지 않는 모습"이라고 진단했다.

◆ 중국 증시 폭락·위안화 절하 등 대외 악재에 요동치는 금융시장

전 세계 금융시장이 연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폭락의 아이콘'이 되어버린 중국 상하이 증시는 한 달도 안 돼 고점 대비 20% 떨어졌고 유럽이나 미국의 증시도 좀처럼 하락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지수는 작년 말보다 4.2% 하락했고, 달러 대비 원화값도 불안한 모습이다.

18일 코스피는 국제유가, 중국 증시 등 대외 변수의 영향으로 크게 출렁였다.

애초 지수는 국제유가 하락의 여파로 22.84포인트(1.22%)나 내린 1,856.03으로 출발, 불안한 시장 심리를 여지없이 드러냈다.

원/달러 환율은 연일 5년여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18일에도 전 거래일보다 0.6원 오른 1214.0원에 거래를 시작했으며 오전 한때 1216.8월까지 올랐다.

다만 종가는 중국 위안화 절상의 영향으로 1210.9원으로 마감, 전 거래일보다 2.5원 떨어졌다.

원화값 하락에 대한 우려로 외국인 투자자금의 이탈도 거세다. 외국인은 이달에만 국내 주식시장에서 1조6000억 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송언석 기획재정부 2차관은 이날 한국거래소에서 개최한 '국채시장 발전 포럼'에서 "최근 미국의 금리인상, 중국 증시 불안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이라며 "이런 리스크 요인들이 전개 방식에 따라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내외 리스크 요인에 따른 시장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정부는 국채시장의 안정적·효율적 관리로 (리스크가) 우리 금융시장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