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야당·노동계, '파견법' 놓고 팽팽한 대립…노사정타협 파기될까

2016-01-17 15:06
한국노총 노사정위 탈퇴 초읽기…청와대ㆍ정부 '국민과의 약속 지켜야' 노동계 압박

11일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열린 61차 중앙집행위원회의에서 김동만 위원장이 중집위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남궁진웅 timeid@]



아주경제 주진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기간제법을 유예하는 대신 파견법을 비롯한 노동4법을 통과시켜달라고 요청했지만, 야당이 파견법은 악법 중의 악법이라며 즉각 반대하고 나서면서 팽팽한 대립이 이어지고 있다.

더민주 등 다수 야당과 노동계가 파견법 등 노동4법에도 강력 반발하고 있어 현재로선 법안 통과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게다가 한국노총은 '일반 해고' 및 '취업규칙 변경 요건 완화' 지침에 대해 정부의 입장 변화가 없다면 오는 19일 노사정위원회를 탈퇴하기로 하겠다고 하면서 박근혜정부의 노동개혁이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야당과 노동계는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기간제법을 버리고 파견법을 선택한 것은 바로 재벌이 가장 원하는 법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13일 대국민 담화에서 제조업 근간을 이루는 뿌리산업의 인력난 문제 등을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파견법 개정안 통과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사용자들이 파견 노동자를 쉽게 쓸 수 없도록 하는 규제가 “중소기업을 사지로 모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특히 "파견법은 재취업이 어려운 중장년에게 일자리 기회를 확대하기 위한 '중장년 일자리법'이자 어려운 중소기업을 돕는 법"이라며 기간제법은 중장기적으로 검토하는 대신, 파견법은 받아들여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더민주 문재인 대표는 지난 14일 반박 성명을 내 "기간제법과 파견법은 비정규직을 양산하고 불법파견을 용인하는 법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성수 대변인 역시 "파견법은 대법원에서 불법파견으로 확정 판결된 현대차의 파견노동자를 합법적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라며 "재벌·대기업이 가장 원하는 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파견법은 파견노동자를 비약적으로 늘리겠다는 비정규직 확대법"이라며 "대통령이 최고로 나쁜 법을 가장 먼저 통과시켜달라는 것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현행 파견법은 비정규직의 증가를 막기 위해 파견사업이 가능한 범위를 32개 업종, 192개 직종으로 제한하고 있다. 허용기간은 최대 2년, 계약 갱신횟수는 1회로 사실상 '파견'이 엄격히 제한된 상태다.

파견직이란 아웃소싱회사에 소속돼 다른 사업장에 가서 일을 하는 근로자들이다. 콜센터 직원, 빌딩 청소노동자, 경비원, 급식업체 직원 등이 대부분 파견직이다.

하지만 여권이 이번에 추진하는 파견법 개정안은 근로자파견 금지업무를 제외한 모든 업무에 55세 이상 근로자들의 파견을 허용하는 내용이 포함돼 파견업종 제한을 대폭 완화했다.

아울러 파견가능 업종의 범위를 뿌리산업(금형, 주조, 용접 등 6개 업종)까지 넓히는 내용도 담고 있다. 지금까지 뿌리산업 파견은 허용되지 않았다.

이 법이 통과되면 대기업이 제조업 직접생산 공정에 파견노동자를 쓸 수 있게 돼 노동 유연성이 커진다. 특히 불법파견 논란으로 10년간 몸살을 앓고 있는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 제조업 사업장이 불법논란에서 벗어나게 된다.

대기업 제조업 정규직의 경우 강력한 노조로 인해 높은 급여를 받고, 해고도 쉽지 않은 반면 이를 파견으로 전환하면 낮은 비용과 높은 고용유연성을 기대할 수 있어 대다수의 기업이 파견을 활용하게 되고, 이는 '나쁜 일자리'의 증가로 귀결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청와대로선 정의화 국회의장의 직권상정 카드만이 가장 쉽고도 유일한 방법이지만, 정 의장 역시 ‘여야 합의를 통한 법안 처리’ 입장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 고심이 깊다.

청와대와 정부는 당분간 노동4법 처리를 위해 대국민여론전에 주력하면서  '노사정 합의 파기는 국민과의 약속 파기'라며 노동계를 압박해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