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클레임에 시름하는 국내 건설업계 "이란에 기대"

2016-01-18 07:47


아주경제 노경조 기자 = 지난해 국제유가가 10년 만에 최처치를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되면서 해외건설 수주에 타격이 예상된다. 또 발주처와의 분쟁에 적극 대응하지 못하는 점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다만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경제제재가 해제되면서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 불씨가 다소 살아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17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3대 원유의 평균 가격은 200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최근에는 장중 한때 배럴당 30달러서 이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해외건설 수주액은 전년 대비 30% 감소한 461억달러를 기록했다. 2008년(476억달러) 이후 7년 만의 최저치다. 문제는 앞으로 국제유가가 더 떨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는 점이다. 때문에 정부는 올해 해외 수주 달성 목표액을 정하지 않았다.

저유가는 국내 건설사들의 손실을 키우고 있다. 재정 압박으로 중동 국가들이 입찰을 연기·취소하거나 설계를 수시로 변경하는 탓이다. GS건설의 경우 아랍에미리트에서 수행 중인 총 4조원 규모의 정유공장 프로젝트가 잦은 설계 변경으로 완공이 늦어지고 있다.

발주처와의 분쟁(송사)도 해외건설시장 진출에의 애로사항 중 하나다. 글로벌건설 컨설팅그룹 아카디스에 따르면 중동 건설시장 평균 분쟁금액은 2012년 6500만달러에서 2013년 4090만달러로 줄었으나 2014년 7670만달러로 다시 증가했다.

분쟁은 대부분 금액이 크고, 해소하는 데 시간이 오래 소요돼 실적 측면에서 리스크가 있다. 이에 발주처에서 소송을 거는 횟수에 비해 국내 건설사들이 부당함에 맞서 클레임을 거는 경우는 매우 적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최근 국제중재 신청을 준비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아직 대부분의 건설사들은 참고 넘어가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보다는 클레임을 거는 등 부당함에 적극 맞서려는 움직임이 커졌다해도 여전히 '원만한 합의'를 중시하는 풍조"라며 "중동의 경우 워낙 금액이 큰 건들이 나오는 곳이어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고 말했다.

이처럼 열악한 해외건설시장에서 이란 경제제재가 풀렸다는 소식은 추후 대규모 프로젝트 발주에 대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란은 앞으로 1300억∼1450억 달러를 투자해 원유 시설 등을 교체할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정부와 건설업계는 지난해부터 이란 경제제재 해제에 대비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8월 민·관 합동으로 이란에 해외건설시장 개척단을 파견해 앞으로의 시장 전망을 살피고, 업계가 요구한 한-이란간 신용여신협약을 검토하고 있다.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등 국내 건설사들은 다시 적극적으로 이란 수주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란이 침체된 중동 수주시장의 돌파구가 돼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