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D수첩' 데이트 폭력, 그들은 왜 괴물이 됐나?
2016-01-12 16:56
27세 선정 씨가 남자친구의 폭력에 시달리다 시멘트로 암매장된 충격적인 사건으로부터 8개월이 지났다. 이후 많은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용기를 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고,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공론화하기 위한 노력들이 있었다. 하지만 데이트 폭력에 대한 뉴스는 아직도 끊이지 않고 있다. 다정했던 연인은 왜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된 것일까. ‘PD수첩’ 제작진은 데이트 폭력의 징후와 과정의 공통점을 면밀히 들여다봤다.
작년 6월 ‘PD수첩’은 선정 씨의 사례를 중심으로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취재해, 적잖은 사회적 반향을 일으켰다. 하지만 11월 지방대 한 의학전문대학원생이 여자 친구를 폭행한 녹취가 공개되었고, 지난 크리스마스이브에도 한 여성이 헤어진 애인에게 염산테러를 당해 머리와 어깨 등 3도 화상을 입는 사건이 발생했다. 피해여성은 직장 상사였던 남자친구 김모씨에게 이별을 고했고, 그에 분노한 김씨는 끝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다. 지난해 9월, 충남 보령의 30대 남성 또한 이별을 고한 연인에게 염산을 들이붓는 보복 범죄를 저질렀다. 시간이 지날수록 데이트 폭력은 진화하고 있고, 그 방법은 치밀하고 잔인해지고 있다.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곽금주 교수는 사회나 가정에서 부정적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데이트 폭력 가해 확률이 높아진다고 강조한다. 낮은 사회성과 자존감이 결국 상대방 여성에 대한 집착으로까지 이어진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이 남자들은 조용하고 예의바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 그 폭력성을 미리 발견하기조차 힘든 경우가 많다.
제작진이 만난 데이트 폭력의 한 가해 남성은 한번 시작한 폭력을 자신의 노력만으로 중단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털어놨다. 무심코 저지른 한 번의 폭력이 싸움을 가장 효율적으로 끝내는 방법임을 깨닫고 이용하게 되기 때문이다. 다정한 연인에서 폭력을 휘두르는 괴물이 되기까지, 대체 그들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인가?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들조차 한낱 ‘사랑싸움’으로 치부해버리기 일쑤인 데이트 폭력. 결국 선제적으로 폭력을 차단할 법적 장치가 전혀 없는 상태에서, 피해자들은 고통을 혼자 감내해야만 했다. ‘PD수첩’은 피해자와 가해자들의 심리 분석을 통해 폭력이 시작되고, 또 심해지는 구조를 들여다보고, 이를 통해 데이트 폭력을 막을 수 있는 현실적이고 직접적인 방안을 모색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