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잭 블랙이 선사하는 소름 돋는 웃음, '구스범스'

2016-01-11 17:39

[사진=영화 '구스범스' 스틸]

아주경제 김은하 기자 = 소설 ‘구스범스(Goose bumps·소름)’ 시리즈는 1992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이래 20여 년 동안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전 세계 32개국 4억 2000만 독자를 보유, ‘해리포터’ 시리즈 다음으로 가장 많이 팔린 어린이 책이다. 이소설에 등장하는 집채만 한 설인, 8m에 달하는 사마귀, 진흙 괴물, 반인반수 늑대인간이 책 속에서 튀어나온다면 어떻게 될까?

동명 소설을 소재로 한 영화 ‘구스범스’는 이런 가정으로 시작한다. 초자연적 존재가 이야기를 만들어갔던 소설과 달리 원작 작가인 R.L. 스타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원작의 스토리를 스크린에 옮기는 것을 넘어 새로운 작품으로 탄생시켰다. 집 전체에 울타리를 쳐놓은 것도 모자라 딸 헤나(오데야 러쉬)가 밖으로 나가는 것도 극도로 꺼리는, 음흉한 소설가 R.L. 스타인은 코믹 연기의 최고봉으로 꼽히는 배우 잭 블랙이 맡았다.

교감 선생님인 엄마의 손에 이끌려 고리타분한 시골 마을로 이사 오게 된 소년 잭(딜런 미네트)은 옆집에 사는 예쁘장한 소녀 헤나 덕에 마을에 정을 붙이기 시작하지만 무언가를 꼭꼭 숨기고 있는 듯한 헤나 아빠 스타인에게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못한다. 옆집에서 들려오는 찢어질 듯한 비명 소리에 잭은 헤나의 집에 잠입, 자물쇠가 채워진 책 ‘구스범스’를 펼치고 만다. 책을 열어젖힐 때마다 검은 활자는 설인, 늑대인간, 미라가 돼 튀어나오고, 요괴들을 책에 다시 가두려 하지만 이미 책은 다 타버린 후다.

몬스터 때문에 엉망이 된 세상을 구하려는 R.L. 스타인과 헤나, 잭 그리고 그의 친구인 소심하고 수다스러운 챔프(라이언 리)가 벌이는 고군분투는 온갖 좌충우돌을 야기하고 왁자지껄하다. 그들이 정신없이 투척하는 웃음은 국적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무자비하게 터진다. “R.L. 스타인은 내가 이전에 연기한 적이 없는 인물이다. 더 진지하고, 존경받는, 섬세한 것에 신경 쓰는 인물로 보이게 하고 싶었다”는 잭 블랙은 유쾌한 의뭉스러움과 익살스러운 예민함을 구현했다. 모험극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심하고, 겁 많은 푼수때기를 연기한 라이언 리는 19세의 나이로 잭 블랙의 아성을 위협하며 관객의 배꼽을 사냥한다.

몬스터도 훌륭하다. 특히 8m의 거대 몸짓을 자랑하는 사마귀는 다큐멘터리 영상에서 추출해 확대한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을 불러일으키고, 설인을 덮고 있는 희고 긴 털은 북극곰의 그것과 견줄 만하다.

대단한 주제의식이나 거창한 교훈을 찾기는 힘들지만 “‘구스범스’가 동화라고? 동화는 읽으면 잠이 오지만 ‘구스범스’는 읽으면 밤이 꼴딱 지나간다고”라는 영화 속 대사처럼, 또 ‘구스범스’의 사전적 뜻 처럼 소름 돋는 재미를 선사한다. 14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