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미끼'로 카톡남에 수천만원 뜯은 20대 여성 징역 10월

2016-01-08 14:14

아주경제 유선준 기자 = 스마트폰 채팅으로 알게 된 남성에게 2년 가까이 사귀는 사이처럼 굴며 결혼을 할 것처럼 속여 수천만 원을 뜯은 20대 여성이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김윤선 판사는 사기 혐의로 기소된 이모(26·여)씨에게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이씨는 2012년 1월 무작위로 대화 상대를 고를 수 있는 스마트폰 채팅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씨를 알게 됐다.

이씨는 "부산에서 간호대학을 다니는데 계모에게 폭행을 당해 집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추운 날 갈 곳도 없이 길바닥에서 자야 할 처지다. 찜질방에 가서 잘 돈도 없다"고 거짓말을 해 처음으로 7만원을 계좌로 송금받았다.

이후 이씨는 A씨와 카카오톡으로 연락하며 점점 더 친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시간이 지날수록 두 사람은 사귀는 사이처럼 얘기를 나눴고 이씨는 A씨에게 결혼까지 얘기하며 애인처럼 굴었다.

카카오톡 대화에서 이씨의 거짓말은 계속됐다. 계모에게 괴롭힘을 당해 집에 쫓겨났고 자신과 친어머니는 암에 걸렸다며 생활비와 병원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채를 쓰면서 유흥업소에서 일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생활비와 병원비, 유흥업소 선불금 빚 갚는데 쓰게 돈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다.

A씨는 이씨가 돈이 필요하다고 할 때마다 한 달에도 몇 차례씩 5만원, 10만원, 100만원, 많게는 한 번에 700만원까지 보내줬다. 이런 식으로 1년10개월간 128회 총 5600여만원을 뜯겼다.

그러나 알고보니 이씨는 이미 다른 남성과 약혼해 같이 살고 있었다. 심지어 아이까지 임신한 상태였다. 유흥업소에서 일하거나 암에 걸린 적도 없었다.

김 판사는 "채팅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피해자에게 혼인을 해줄 것처럼 말하고 1년6개월 이상 반복적인 거짓말로 돈을 요구해 편취한 행위는 죄질이 나쁘다. 피해자와 합의하지 않았고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의 흔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다만, "초범이고 잘못을 인정하고 있으며 어린 자녀를 양육해야 할 처지인 점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