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아람 기자 = 반도체·LCD 패널 등 부품 사업의 실적 부진 여파가 고스란히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실적으로 나타났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53조원의 매출과 6조1000억원의 영업이익(잠정 실적)을 기록했다. 전기 대비 매출은 2.5%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전기 대비 17% 하락한 수치다.

또 지난 2014년 3분기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영업이익이 5분기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이 같은 실적 하락에 대해 이재윤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주된 요인은 반도체 디램과 LCD 패널의 가격 하락이다”라며 “그 중에서도 반도체 부문 실적 부진 영향이 컸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원은 “감소세에 접어든 스마트폰의 공백을 반도체나 디스플레이 등 부품사업이 채웠고, 이 때문에 부품 사업부가 기여하는 영업이익 비중이 상당히 높은 상태”라며 “이제 삼성전자는 부품 사업 중심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는 권오현 부회장을 필두로 전장사업팀을 꾸리며,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넘어 자동차 부품 시장에 진출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4분기는 전통적으로 부품 시장이 비수기에 접어드는 시기이며, 특히 반도체 분야는 디램가격이 하락한데다 반도체 주요 수요처인 IT시장에 대한 글로벌 수요까지 감소하는 악재가 겹쳤다는 것이 이 연구원의 설명이다.

그는 “디램의 다양한 수요처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부분이 PC와 스마트폰 부문인데, 지난해 4반기 글로벌 IT시장의 수요가 특히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만 LCD 패널 가격의 하락으로 인한 손실은 TV판매 호조를 보인 CE(소비자가전)부문에서 어느 정도 보완되기 때문에 이번 실적 하락에 영향이 크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IM(IT·모바일)부문에 대해서는 “선방했다”고 평했다. 이 연구원은 “계절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늘어나는 구간인데도 수익성 방어에 성공해 전 분기와 같은 영업이익 8조8000억원대 예상한다”며 “삼성전자가 지난 1~2년 동안 중저가라인을 정비하는 작업을 하며 기초체력을 탄탄히 키웠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1분기 전망에 대해서는 4분기 실적보다 더 악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연구원은 “1분기까지는 부품 사업의비수기”라며 “특히 LCD 사업은 4분기 소폭 적자가 난 것으로 보이지만 올 1분기에는 가격 하락폭이 커져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