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성곽도시 만들기에 종로구 재개발 올스톱..."주민들 수백억원 재산피해"

2016-01-06 16:56
사직2구역 조합장, 종로구청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 제기

▲사직2구역 주택 전경. 사진=최수연 기자


아주경제 최수연 기자 = 옛 수도 한양 도성내에 속했던 사직2구역 등 종로구 내 재개발 사업이 박원순 서울 시장이 성곽도시 만들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수년째 올스톱 상태다. 박 시장이 성곽도시란 서울시의 역사문화 유산을 보존한다는 명분 아래 이미 통과된 계획안에 담긴 아파트 층수를 낮추라고 요구하는 등 사실상 기존 사업안을 전면 백지화하면서다. 사업이 지연되면서 해당 조합은 수백억원에 달하는 재산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시는 기존 입장에서 한발짝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6일 해당 조합과 종로구 등에 따르면 서울 종로구 사직2구역 도시환경정비조합은 지난달 종로구를 상대로 부작위 위법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부작위란 정부가 마땅히 해야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종로구가 사직2구역 조합이 신청한 사업시행변경인가 절차를 중단한 데 따른 조치다. 

종로구 관계자는 이에 대해 "현재 사직2구역에 대해서는 시와 조합간의 협의가 진행중에 있다. 부작위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종로구내 옥인1·충신1·이화1 구역 등도 사직2구역과 마찬가지로 정비사업이 수년째 표류하고 있다. 2008년 조합이 설립된 옥인1구역의 경우 같은 이유로 관리처분인가가 반려되고 각종 소송이 난무하고 있는 상황이다.

2009년 재개발 사업에 착수한 사직2구역은 2012년 9월 지상 12층 아파트 456가구로 조성하는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상태다. 이후 조합은 2013년 아파트 평형을 대형에서 소형위주로 바꾸는 사업시행인가변경 신청을 했으나 서울시가 지난해 7월 종로구에 사업시행인가를 보류해달라는 공문을 보내면서 행정절차가 올스톱 상태다.  

서울시는 아파트 층수를 12층에서 더 낮추고 절·성토(흙을 깍아내고 쌓아올리는 경우) 면적 축소, 감리교 선교사 숙소 건물 보전 등을 새로운 사업계획안에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고 있다.

조합원 관계자는 "이미 사업시행 인가를 받은 사항들을 변경하라며 변경안을 인가하지  않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박원순 서울시장이 '2017년 한양도성 유네스코 등재 계획'이라는 치적쌓기에 바빠 이미 인가가 난 사업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2017년 한양도성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를 목표로 2013년 성곽마을 조성사업에 들어갔다. 사직2구역은 관리 대상 22개 마을 가운데 한 곳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업시행 인가당시 1종 일반주거지역을 2종으로 종상향 하는 조건으로 주변 환경을 최대한 보존한다는 조건을 달았다"며 "하지만 지난달 도시계획위원회 자문결과 변경안은 시가 추구하는 보존 위주의 개발방식과 많이 어긋난다는 결론이 나왔다"고 말했다.  

시와 조합이 개발 방식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가운데 주민들의 부담만 가중되고 있다. 사직2구역의 경우 2013년 사업시행인가 직후 전체 194개 동(단독·연립 등) 중 100개 동이 융자를 얻어 이주한 상태다. 조합에 따르면 그동안 사업 추진과정에서 투입된 비용이 300억원을 웃돈다.  조합 관계자는 "2년 넘게 사업이 표류하면서 이주한 주민들의 재정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구역은 특히 시가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직권해제 대상에 포함시키면서, 시장 직권으로 언제든 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 시는 지난해 10월 '주변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보존할 필요가 있을 경우 직권해제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항목을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에 추가했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개발이 이뤄지는 지역이 어떤 모습으로 변할지는 주민들이 선택할 문제다"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는 주민들과 시가 최대한 소통하면서 주민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한 해법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사직 2구역 골목길 전경. [사진=최수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