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자영업자의 그늘…과당경쟁에 '신음'
2015-12-28 16:34
아주경제 노승길 기자 = '한 집 건너 한 집이 치킨집'.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지만 대한민국 자영업자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말이다.
너도나도 창업 전선에 뛰어들면서 과당경쟁은 심화되고 기대했던 매출을 올리지 못해 폐업하거나 간신히 업장을 유지하는 자영업자의 신음이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2014년 기준 서비스업 부문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서비스업 부문 사업체당 매출은 5억4400만원으로 전년 대비 0.9% 감소했다.
이는 3년 연속 감소세로 시장 규모는 한정돼 있는데 진입자가 늘면서 각자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점점 줄어드는 것이다.
윤명준 통계청 산업통계과장은 "전체 서비스업 사업체 수가 매출액보다 빠르게 늘어나면서 경쟁이 심해졌다"며 "특히 쉽게 영업을 시작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 업종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경쟁이 심화된 측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경쟁이 심해지자 살아남는 자영업자도 얼마 되지 않았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4∼2013년까지 자영업 창업은 949만개, 폐업은 793만개였다.
단순 계산했을 때 자영업의 생존율은 16.4%에 불과했다. 특히 음식점은 전체 폐업의 22.0%를 차지해 가장 높았다. 음식점의 생존율은 6.8%에 그쳤다.
문제는 생존율도 낮고 매출마저 줄어들고 있지만 자영업자의 대출이 520조원에 달한다는 것이다.
지난 6월 말 기준 자영업자가 받은 대출금(기업대출 및 가계대출)은 519조5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이 대출을 받은 자영업자 수는 252만7000명이다.
특히 가계·기업 중복대출과 순기업대출은 은행비중이 72.9%, 90.6%로 높았지만 순가계대출은 저축은행, 대부업 등 비은행 금융기관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 57.4%에 달했다.
가계대출을 받아 사업자금으로 사용한 자영업자 중 절반 이상이 은행이 아닌 2금융권으로 몰린 셈이다.
이대로 '치킨게임'을 이어간다면 자영업자 평균 소득은 계속 줄어들게 되고, 빚은 불어날 수밖에 없다.
학계 관계자는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4번째로 높다. 자영업자가 너무 많아 제대로 수익을 올리기 힘든 구조"라며 "앞으로 금리가 오른다면 영세 자영업자의 타격은 불을 보듯 뻔하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정부가 베이비부머의 은퇴와 청년 실업자들의 양산에 따른 대응책을 마련해 이들의 자영업 과잉 진입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